[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교과서의 지위를 둘러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와 정부 간 갈등 속에 '교육법안'을 넘어 '정치법안'으로 비화되고 있다.
야당과 여당의 치열한 공방 속에 교육기술 업체마저 '참전'하려 해 대립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AI 교과서 정책의 방향성과 교육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보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와 정부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AI 디지털 교과서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바라보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AI 디지털 교과서의 지위에 대한 결정권을 다시 국회로 넘겼다.
AI 교과서는 정부 주도로 약 2년 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교육 콘텐츠를 제시하고 교육격차 해소 및 수업 설계를 지원하는 교과서로서 개발됐다.
정부는 그동안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로 AI 교과서 제정을 추진해 왔다. 여당인 국민의힘 쪽도 교육격차 해결 필요성을 이유로 들며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는 AI 교과서가 디지털 기기로 구동되는 만큼 일선 학교의 인프라가 미흡하고, 문해력 하락과 함께 디지털 과몰입을 부추긴다며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특히 야당에서는 AI 교과서이 졸속 검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검증 청문회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은 2024년 8월 시작해 11월 말 합격 공고가 났다"며 "검정 기간이 짧았을 뿐 아니라, 학교의 교과서 선정위원회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도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번엔 정부와 여당은 '현장 혼란'을 이유로 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국회 청문회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쭉 추진하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이 강행 통과된다면 현장 혼란이 너무 크고 정부로서는 도저히 수습이 안 되는 부분"이라며 "재의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의 지원 속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은 21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날 거부권 행사 이유를 두고 "학생들이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앞으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유비쿼터스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 사용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며 "시도 교육청과 학교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일부 학생만 다양한 디지털 교육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돼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한 에듀테크 업체들도 논쟁에 뛰어들 태세를 보인다.
AI 교과서는 지난해 11월 검정에 통과됐지만, 정치권의 여야 대립으로 올해 3월 AI 교과서 전면 도입과 2028년 전 과목 AI 교과서 도입 계획 역시 불투명해졌다. AI 교과서에 사활을 걸어온 에듀테크 업체에서는 공동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야당이 AI 교과서를 반대하고 나서는 주요 논거가 되고 있다.
야당은 '사교육' 에듀테크 업체의 '공교육' 현장 영향력 확대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또한 경기 둔화로 악화된 교육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사업 추진의 적절성도 문제로 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 교육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이 아니라 에듀테크 자본 맞춤형 교육"이라며 "최 권한대행은 국회의 정당한 입법을 가로막지 말라"고 주장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듀테크 산업과 이주호 장관 사이에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고민정 의원은 지난해 11월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뭔가 에듀테크 산업하고 이주호 장관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나라는 의심이 자꾸 드는 것이 예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강하게 주장했던 게 바로 이 장관"이라며 "그 산업과 이 장관이 관련이 있다는 의혹 제기들이 국감기간에도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어 "시범 사업을 해보고 나서 하자는 건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는 건 뭔가 대통령과 장관, 혹은 이 에듀테크 산업 간에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자꾸 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AI 교과서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결국 정권과 함께 결정될 문제라는 시선이 나온다.
최상목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 거부권 행사를 두고 "AI 교과서 검정 과정부터 위법적이었던 교육부의 불법 행정을 묵인하고 법치를 무너뜨린 위헌적 거부권 행사"라며 "가처분 및 헌법 심판 소원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AI 교과서로 발생할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겠다"고 밝혔다.
AI 교과서 채택을 막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이뤄지면 조기 대선으로 AI 교과서에 부정적인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복귀하거나 국민의힘이 정권을 재창출한다면 AI 교과서 도입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교육현장에서는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AI 교과서가 가져올 수 있는 좋은 효과만 꿈꾸면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일선 교사들도 AI 교과서가 처음인데 명확한 활용 지침도 없고 지침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할 기관도 제대로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야당과 여당의 치열한 공방 속에 교육기술 업체마저 '참전'하려 해 대립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AI 교과서 정책의 방향성과 교육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보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와 정부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AI 디지털 교과서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바라보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AI 디지털 교과서의 지위에 대한 결정권을 다시 국회로 넘겼다.
AI 교과서는 정부 주도로 약 2년 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교육 콘텐츠를 제시하고 교육격차 해소 및 수업 설계를 지원하는 교과서로서 개발됐다.
정부는 그동안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로 AI 교과서 제정을 추진해 왔다. 여당인 국민의힘 쪽도 교육격차 해결 필요성을 이유로 들며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는 AI 교과서가 디지털 기기로 구동되는 만큼 일선 학교의 인프라가 미흡하고, 문해력 하락과 함께 디지털 과몰입을 부추긴다며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특히 야당에서는 AI 교과서이 졸속 검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검증 청문회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은 2024년 8월 시작해 11월 말 합격 공고가 났다"며 "검정 기간이 짧았을 뿐 아니라, 학교의 교과서 선정위원회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도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번엔 정부와 여당은 '현장 혼란'을 이유로 들며 반대하고 나섰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검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국회 청문회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쭉 추진하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이 강행 통과된다면 현장 혼란이 너무 크고 정부로서는 도저히 수습이 안 되는 부분"이라며 "재의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의 지원 속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은 21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날 거부권 행사 이유를 두고 "학생들이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앞으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유비쿼터스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 사용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며 "시도 교육청과 학교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일부 학생만 다양한 디지털 교육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돼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한 에듀테크 업체들도 논쟁에 뛰어들 태세를 보인다.
AI 교과서는 지난해 11월 검정에 통과됐지만, 정치권의 여야 대립으로 올해 3월 AI 교과서 전면 도입과 2028년 전 과목 AI 교과서 도입 계획 역시 불투명해졌다. AI 교과서에 사활을 걸어온 에듀테크 업체에서는 공동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야당이 AI 교과서를 반대하고 나서는 주요 논거가 되고 있다.
야당은 '사교육' 에듀테크 업체의 '공교육' 현장 영향력 확대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또한 경기 둔화로 악화된 교육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사업 추진의 적절성도 문제로 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 교육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이 아니라 에듀테크 자본 맞춤형 교육"이라며 "최 권한대행은 국회의 정당한 입법을 가로막지 말라"고 주장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듀테크 산업과 이주호 장관 사이에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고민정 의원은 지난해 11월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뭔가 에듀테크 산업하고 이주호 장관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나라는 의심이 자꾸 드는 것이 예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강하게 주장했던 게 바로 이 장관"이라며 "그 산업과 이 장관이 관련이 있다는 의혹 제기들이 국감기간에도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의원은 이어 "시범 사업을 해보고 나서 하자는 건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는 건 뭔가 대통령과 장관, 혹은 이 에듀테크 산업 간에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자꾸 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AI 교과서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결국 정권과 함께 결정될 문제라는 시선이 나온다.
최상목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 거부권 행사를 두고 "AI 교과서 검정 과정부터 위법적이었던 교육부의 불법 행정을 묵인하고 법치를 무너뜨린 위헌적 거부권 행사"라며 "가처분 및 헌법 심판 소원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AI 교과서로 발생할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겠다"고 밝혔다.
AI 교과서 채택을 막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이뤄지면 조기 대선으로 AI 교과서에 부정적인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이 복귀하거나 국민의힘이 정권을 재창출한다면 AI 교과서 도입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교육현장에서는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AI 교과서가 가져올 수 있는 좋은 효과만 꿈꾸면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일선 교사들도 AI 교과서가 처음인데 명확한 활용 지침도 없고 지침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할 기관도 제대로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