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미국의 향후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올해 진행된 기후 관련 국제회의들도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낸 탓에 글로벌 협력 체계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차기 미국 행정부가 보내는 신호가 긍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는 2025년 1월20일(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직에 취임하는 점을 염두에 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치인으로 취임 즉시 전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친환경 정책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대표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와 파리협정 탈퇴를 언급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2015년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약속한 조약으로 글로벌 기후 대응의 배경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기 임기 당시 미국을 파리협정에서 탈퇴시킨 바 있다.
하지만 국제 기후 전문가들은 현재 파리협정 목표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유럽기후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가 관측 역사상 최초로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연간 기온이 1.5도 높았던 해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사만사 부르게스 C3S 부국장은 "올해는 글로벌 기온 기록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며 "세계 각국 정부는 이번 기록을 촉매 삼아 기후대응을 늘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1.5도 목표가 붕괴하려면 20년 동안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야 하기 때문에 올 한해 1.5도를 넘겼다고 해서 당장 파리협정 목표가 무산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온상승에 속도가 붙고 있는 현 추세를 고려하면 파리협정 목표 붕괴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코 바렛 세계기상기구(WMO) 부사무총장은 공식성명을 통해 "기온 통계 뒤에는 우리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있다"며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수조 달러의 경제적 피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협하는 위기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C3S를 비롯한 기후학계 바람과 달리 미국이 향후 글로벌 기후대응에서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올해 관련 국제회의는 추진력을 크게 잃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미국 대선 뒤에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제16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 등은 기존 목표에 못 미치는 미진한 결과를 냈다.
COP29는 연간 최소 1조 달러 규모 기후재원 마련을 목표로 했으나 3천억 달러에 그쳤고 COP16은 재원 마련 자체에 아예 실패했다.
리처드 클레인 스톡홀름 환경연구소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향후 기후대응에 있어 어떤 기여도 약속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된다면 중국 같은 다른 나라들도 기후대응을 위한 기여를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현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각국 정부에 기후재원 마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여러 차례 도입을 예고한 관세 정책이 글로벌 기후 협력에도 매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도입하는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에 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CBAM은 시멘트, 철강 비료 등 고배출 제품 6종을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하고 유럽연합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게 하는 제도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거래국가들 모두에 강력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CBAM에도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모두 고려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그야말로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 연방정부는 재생에너지, 온실가스 감축, 지속적 화석연료 퇴출 등을 주도해왔는데 그것들이 몇 개월 만에 아예 반대로 뒤집히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양측의 협력이 파탄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타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 싱크탱크 '브뤼겔'은 9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유럽 양측은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상호무역 증진을 위해 기존 관세를 포함한 조정을 거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CBAM에도 적용할 수 있는 양측 상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강하게 적용되는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현재 경색된 양측 알루미늄 및 철강 무역 분쟁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