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4-10-14 16: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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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세계적으로 구글과 애플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 비해 국내에선 여전히 해외 빅테크 규제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정쟁으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빅테크의 독점 행위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구글이 미국 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최대 기업 강제 해체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온라인 검색 시장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을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글의 반독점 소송은 지난 2020년 미국 법무부가 구글이 검색 시장의 독점적 지배력을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기업 등에 연간 수천억 달러를 지급하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 외에도 지난해 1월 미국 법무부는 디지털 광고 불법 독점 혐의로 구글을 고소하면서 두 번째 반독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 버지니아 연방 법원에서 첫 재판이 진행됐으며 곧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이 패소할 경우 최대 기업 강제 분할 조치까지 검토되고 있다. 실제 이같은 조치가 내려진다면 역대 빅테크 기업들에 내려진 규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가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구글 뿐 아니라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있는 만큼, 이번 소송 결과가 향후 규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 결과가 빅테크 규제 강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유럽도 강도 높은 빅테크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DMA)을 통해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는 법적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EU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한 소송에서 패소하며 수 조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이 외에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부문에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역시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와 조세 회피 등의 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으며 관련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해마다 빅테크 기업의 임원들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시장지배력 남용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제재 수위는 해외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 마저도 방통위가 사실상 기능이 마비되면서 제대로 제재 조치가 이뤄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제정한 뒤 지난 2023년 10월 구글과 애플이 인앱 결제 강제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혐의로 680억 원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처분을 내린 금액은 매출의 1% 수준으로 10% 이상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 유럽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이 역시 조사가 지연되고 방통위의 기능이 정치적 대립으로 멈추면서 제재 결과는 확정되지 않은 채 미뤄지고 있다.
▲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통위는 연내 인앱결제 강제 행위와 관련해 과징금 한도를 높이는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구글·애플은 유럽에서는 외부 결제를 전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분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과징금 규모 관련해 법제도 정비도 필요하며,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빅테크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국내 매출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조세 피난처를 통해 실적을 축소해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조세를 피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과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IT업계는 세계적으로 빅테크 독점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추세에 발 맞춰 국내 제도를 보완해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모호한 제도를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자칫 해외 빅테크 규제가 국내 기업들에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이를 고려한 제도 보완이 필하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