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개혁 방안과 관련해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세대별 차등보험료율 적용을 포함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국민 여론도 연령대를 불문하고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불을 지핀 연금개혁안에 험로가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전날 내놓은 연금개혁안을 놓고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 부적절한 대책이자 졸속정책"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세대간 보험료율 인상속도 차등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책이다”고 날을 세웠다.
기업에서 피고용자의 국민연금을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는 만큼 40대와 50대 중장년층을 퇴직으로 몰거나 재취업에 어려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득수준에 기반한 보험료 부과’라는 사회보험 대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세대별 보험료율 적용 방안은 고소득 청년 세대보다 저소득 중장년층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는 결과를 낳아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세대별 차등보험료율을 담고 있는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의 국회 논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국민을 갈라치는 나쁜 방안이다”고 말했다. 세대별로 차등을 두는 것에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세대 갈라치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말한 '그동안의 국회 논의'는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3%~45%(국민의힘 43%, 민주당 45%)로 올리기로 잠정합의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소득대체율을 44%로 양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21대 국회 후반부에서 좌초된 연금개혁을 다시 추진해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올려 13%까지 인상하고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2%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해 4일 확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을 두고 국민여론도 싸늘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실행까지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8월2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상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 뉴스의 의뢰를 받아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연금 보험료 세대별 차등인상에 응답자의 57.4%가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령별로도 청년층에 해당하는 18~29세와 39대에서도 '공감한다'는 응답이 37.4%와 35.4%에 그쳐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외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연금 개혁에서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 문제는 노인부양과도 연관된 문제로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국민연금에서 내는 돈과 받는 돈만 따지면 안 되고 전체적으로 노인부양의 사적책임까지 봐야 하기 때문에 이를 세대 간 갈라치기해서 젊은 세대들은 보험료 더 내고 덜 받으니 좀 깎아주고 중장년층은 더 내는 방식으로 갈등을 조장하면 답이 없다”고 짚었다.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부분은 '세대별 차등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의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논의를 이어갈 상임위원회 선정 부분도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려고 한다.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함께 개혁해야 하므로 상임위원회에서는 논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댄다.
반면 민주당은 연금개혁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여야 사이 충돌에는 연금개혁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속내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민주당이 의석이 많고 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새로 특위를 꾸리는 편이 낫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냈지만 여야 사이 논의할 위원회와 세부 내용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표 개혁구상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문제는 2055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우리 국민 모두가 당면하고 있는 긴급과제다”며 “여야 사이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결국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로 협의를 빠르게 이뤄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8월31일부터 9월2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3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번호를 활용(RDD)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전체 응답률은 2.5%다.
2024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기준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림가중)가 적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