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쪽부터)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아래 왼쪽 첫번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운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약품그룹 경영 새판 짜기를 본격화함에 따라 한미약품그룹 오너 2세들이 어떤 역할 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은 송영숙 회장과 손을 잡았을 때, 오너2세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화해할 때 모두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오너일가에게 역할을 맡기겠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이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대규모 인적 쇄신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임종윤 이사 측은 10일 신 회장과 만난 이후 “책임경영과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위원회와 고문단 등 각계 전문경영인을 경험한 최고의 인력풀을 놓고 모든 주주들이 바라는 ‘밸류업’을 하는 데 필요한 인적자원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월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던
임종윤·임종훈 형제들이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형제들은 당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를 동생이 맡고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을 형이 맡는 식으로 경영을 구상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에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인을 적절하게 조합한 형태의 경영구조를 짤 것으로 여겨진다.
신 회장은 최근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주식매매 계약 및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계약을 체결했을 때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를 도입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는 창업자 가족 등 대주주(이사회 구성원)와 전문경영인이 상호 보완하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형태로 설명했다.
한미약품그룹 2세 형제와 갈등을 봉합한 뒤에도 '하이브리드 형태의 융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경영을 꾸리면서 오너일가에게는 이를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신동국 회장이 최근 오너일가 모두와 갈등을 봉합할 수 있었던 것도 오너일가 사이에 이런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속세 등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신동국 회장이 원하는 그림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받아들이면서 오너일가는 2선으로 후퇴하는 역할에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종윤 이사 측이 비즈니스포스트에 "가족간 분쟁을 종식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밸류업과 관련한 대주주간 협정서도 작성중이다"고 말했다는 점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의 역할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임종윤 이사는 6월18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렸던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을 당시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후 이사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여전히 한미약품 경영 전면에는 복귀하지 않았다. 앞으로 신동국 회장과 함께 오너일가 대주주로서 그룹 차원의 위원회나 고문단, 이사회 등 전체 경영을 이끄는 자문단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임주현 부회장의 거취 변화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직전 송영숙 회장으로부터 한미약품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받아 그룹 경영 총괄을 맡았다. 하지만 3월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들에게 진 이후 그룹의 연구센터(R&D)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경력을 볼 때 앞으로는 그룹의 연구센터 총괄보다는 기존 전략기획이나 글로벌 전략 등에서 역할을 부여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임 부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새 먹거리로 비만약을 점찍고 ‘H.O.P’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애초 그는 한미약품에 입사한 이후 꾸준히 인적자원개발 및 글로벌 전략에서 경험을 쌓았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역할 변화도 관전 포인트다. 신동국 회장의 구상대로라면 임종훈 대표 역시 경영 2선으로 물러나면서 지주사의 큰 방향을 잡는 역할로 이동할 수 있다.
임종윤 이사 측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인재풀을 꾸리고 적합한 인재를 추천한 이후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임종훈 대표 측 등 제3자 합의를 거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