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22대 국회 첫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병대원 사망사건 및 외압 의혹을 두고 대통령실의 전화번호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알려진 2023년 7월31일, 국가안보회의가 끝날 무렵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유선전화가 걸려왔다는 사실이 보도된 것을 놓고 여야의 첨예한 공방이 오간 것이다.
 
[현장] 국회 운영위서 떠오른 대통령실 번호 ‘02-800-7070’, 공개 놓고 날선 공방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운영위에 출석한 대통령실 참모들을 향해 번호 사용의 주체가 어디인지를 따져 물었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실 번호가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향해 7월31일 통화 내용을 거론하며 “02-800-7070로 전화가 간 뒤 국방부 장관부터 일사천리로 일처리가 되는데 왜 그랬을까요”라고 캐물었다. 이에 김 실장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대답했다.

고 의원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정진석 비서실장에게도 유선 전화번호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두 사람 모두 "알지 못한다"고 했다.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발언대로 부른 고 의원은 “올해 초 대통령실의 전화회선이 재배치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증거인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비서관은 “수시로 인원이 늘었다 줄었다하고 그 때마다 전화기는 설치되고 철거된다”고 답변했다.

고 의원이 질의시간이 끝난 뒤에 조금 더 추궁하려하자 임이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언 시간을 지키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추미애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이 자리에는 비서실장과 총무비서관이 나와 있는데 대통령실 02-800-7070 번호의 사용 주체가 누구인지 위원장이 바로 물어줄 것을 요청한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이 뭐 이러냐”라고 항의했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이 ‘02-800-7070’이 기밀사항인지를 묻자 정 비서실장은 “지금 이 회의는 실시간으로 북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전화번호는 기밀 보안 사항”이라며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국가 기밀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정부도 청와대 전화번호에 대한 국회의 자료요구를 ‘기밀’이라 거절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공개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장] 국회 운영위서 떠오른 대통령실 번호 ‘02-800-7070’, 공개 놓고 날선 공방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정재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청와대 직원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자료요청에 청와대가 대통령 비서관을 제외한 직원들 자료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근접거리에서 보좌하고 국가 기밀업무를 다루는 대통령 비서실 업무 특성상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며 “보안에 관해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의 입장 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은 정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향해 “답변 한 마디로 인해 대통령 안보 지휘체계가 만천하에 공개될 수 있으니 답변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대통령실 전화번호를 정리한 판넬을 들어보이며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기밀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정회 중 제가 사용하는 명함관리서비스를 이용해 검색을 했더니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02-800-7XXX 등으로 다 공개가 된다”며 “만약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일체 기밀이라면 대통령실 직원들은 기밀사항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도 아니고 대통령실 번호가 일체 기밀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박찬대 위원장을 향해 “02-800-7070이 누구의 번호인지 비서실장으로 하여금 즉각 확인한 뒤에 답변할 것을 요구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방어에 나섰다.

주 의원은 “국감장이든 상임위든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문제됐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도 울산시장 선거방해, 민정수석 특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전화번호 요청이 있었고 기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찬대 위원장은 정 비서실장에게 여야 간사의 열람 방식으로 공개를 요청했지만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전화번호를 공개할 권리가 저에게 없다”며 거부의사를 고수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에 나온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발언, 대통령실 이전의 위법성,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막말 문제 등 다수의 사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앞으로 치열한 전선이 형성될 것임을 예고했다.
 
[현장] 국회 운영위서 떠오른 대통령실 번호 ‘02-800-7070’, 공개 놓고 날선 공방

▲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왼쪽)과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의원들의 본 질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료요청과 간사 선임 등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갔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입장을 상세히 설명한 반면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민감한 태도를 나타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임광현 민주당 의원이 김진표 전 국회의장에게 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질의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채로 끼어들며 “김 전 의장이 공개한 의도는 아름답지 못했다”며 “의원님은 언론보도들 대로 생각하시느냐, 의원님 생각은 무엇이냐”고 발언하자 박찬대 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