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하반기 청신호에도 '불안',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내실 집중

▲ 하반기 반등 전망이 나오고 있는 2차전지 양극재 업황에도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양극재 빅3 업체들이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오랫동안 부진했던 2차전지 양극재 업황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예상만큼 빨리 회복하지 못할 것이란 반대 전망도 만만치 않게 나오면서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양극재 빅3 업체들은 양적 팽창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며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하반기에는 2차전지 양극재 업황이 다소 반등할 것으로 전된망된다. 하지만 전방 수요가 본격 회복돼 업황이 완전히 돌아서는 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보수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반기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의 배경에는 원료 금속 가격 안정화와 전방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신차 출시 등의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리튬을 비롯한 주요 원재료 가격이 내림세를 지속하며 양극재 판매가격도 덩달아 하락해 주요 제조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양극재 판매가격은 원재료 가격을 반영하는데,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일 때는 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차이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원재료를 비싸게 사들인 반면 현재 원재료 가격을 반영한 제품 가격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극재 핵심 원재료인 탄산리튬 가격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저점을 찍은 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점에서 양극재 업체들의 점진적 수익성 개선을 점치는 관측이 많아졌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전기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계획이 여럿 잡혀 있다는 점도 2차전지와 소재 수요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업황 반등은 시기상조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탄산리튬 가격이 올해 들어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긴 했지만, 최근 상승세가 꺾이며 다시 저점 수준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89.5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kg당 86.5위안까지 낮아진 뒤 4월 109.5위안까지 올랐는데, 다시 하락해 거의 저점 수준에 이른 것이다. 

수요 회복 신호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에 앞서 2차전지와 소재 수요가 늘어날 여건이 마련됐지만, 최근 양극재 수출 실적을 보면 출하량이 늘지 않았다. 한국무역통계포털에 따르면 5월 한국 양극재 수출량은 1만9천 톤으로 전 달보다 10.1% 감소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차 출시를 준비하는 기간임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적 수치”라고 진단했다. 

더구나 양극재 업체들의 앞 길에는 글로벌 정책환경의 불확실성도 도사리고 있다. 

이미 유럽 의회에서는 전기차 전환 등에 우호적인 녹색당이 최근 선거 결과 20석 가까이 잃으며 영향력이 축소됐다. 이에 반해 전기차 전환 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보수당 세력이 약진햇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되는 반면 전기차에 주어진 각종 혜택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양극재 업체들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 증가에 따라 약진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양극재 업체들에겐 불안한 요소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양극채 출하량 293만8천 톤 가운데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출하량은 156만8천 톤(53%)으로 절반을 넘었다. 출하량 측면에서는 LFP 양극재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 후난위넝이 50만7천 톤을 출하해 1위를 차지했고, 2·3위도 중국업체가 차지했다. 

국내 제조사들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NCM) 양극재만 보면, 국내 에코프로가 12만 톤을 출하하며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롱바이와 B&M이 각각 9만9500톤, 9만5천 톤 출하로 2, 3위를 기록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엔 롱바이 출하량이 에코프로를 앞지르기도 했다. 롱바이는 2만6천 톤, 에코프로는 2만5천 톤을 출하했다.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국내 기업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삼원계 양극재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이처럼 경영환경이 불확실함에 따라 공격적 시장 확대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양극재는 2차전지 소재 가운데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핵심 소재일뿐 아니라, 국내 업체들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몇 안 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에코프로그룹은 원가 혁신을 추진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2년 동안 비용 30%를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원가혁신 태스크포스(TF)도 발족했다. 

성과평가와 성과금 지급에도 원가혁신 성과를 반영하고 원가혁신 관련 아이디어 공모전을 여는 등 전사 차원에서 비용 절감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완결적 순환체계(클로즈드 루프 시스템)를 고도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완결적 순환체계는 배터리 원료 금속인 리튬 등의 가공, 중간소재인 전구체 제조, 양극재, 폐배터리 재활용 등의 공정을 집적해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생산체계다. 

에코프로는 헝가리 데브레첸 남부 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헝가리 공장에도 완결적 순환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엘앤에프 역시 완결적 순환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며, 그동안 경쟁사에 뒤처졌던 수직 계열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LS그룹과 전구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협력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엘앤에프는 특정 고객사 집중도가 높다는 약점을 극복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유럽 회사와 17만6천 톤(9조2천억 원 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업체로서는 처음 유럽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또 SK온과 13조1910억 원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양극재 하반기 청신호에도 '불안', 에코프로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내실 집중

▲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철강 콘퍼런스에서 '초격차 미래 경쟁력을 향한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포스코퓨처엠은 그룹 차원의 2차전지 소재 사업 전략에 맞춰 공급망 역량을 더 높이고, 기술력 확보로 경쟁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최근 일본 자동차 회사 혼다와 캐나다 양극재 합작사를 건설하기로 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회사와 포스코홀딩스는 중국 CNGR과 니켈·전구체 생산기반을 구축하며 공급망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스틸 다이내믹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2차전지소재 분야에서 리튬·니켈 등 원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원료부터 양·음극재, 차세대 배터리 소재기술 개발까지 '풀 밸류체인' 완성과 조기 상업화를 위한 흔들림 없는 투자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기조연설을 마친 뒤 필립 엥글린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WSD)‘ 회장이 전기차 시장 전망에 대해 질문하자 “캐즘의 시기를 내실 다지기 기회로 삼아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답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