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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외직구 규제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여권 잠룡 정치적 소신 논쟁에 눈길

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 2024-05-22 12: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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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외직구 규제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여권 잠룡 정치적 소신 논쟁에 눈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년 11월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법무부-서울시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설치·운영 업무협약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해외직구 규제를 추진하다 이내 철회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사이에 온라인 논쟁의 불이 붙었다. 

해외직구 규제 철회 사태를 바라보는 잠룡들의 시각에서 이들의 가진 정책과 정치에 관한 소신을 엿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의 해외직구 규제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들이 가진 정치 철학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은 정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적 시각을 드러낸 반면, 오세훈 서울 시장은 약자 보호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소신을 보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테무·알리 등 중국발 해외직구 품목에서 발암물질 등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KC인증’이 없는 어린이 제품과 생활용품 등의 해외 직구를 원천 금지하는 방침을 지난 16일 발표했다가 소비자 반발이 커지자 사흘 만에 철회한 바 있다. 

이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개인 해외직구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안전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국민이 이미 해외직구를 애용하는 상황에서 KC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개인의 선택권과 공정한 경쟁, 규제 혁파 등을 내세우며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기존 보수주의적 시각을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KC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 삼간 태우는 격이다”며 “값싼 제품을 해외직구 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하면 국내 소비자들이 그만큼 피해를 본다. ‘선택할 자유’가 줄어들면 시장경제의 장점도 줄어든다”고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오 시장은 “소비자 안전과 (정상적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보호는 직구 이용자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4월 초 해외직구 상품과 관련해 안전성 확보 대책을 발표했고, 4월 말부터 매주 유해물질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며 “시민 안전과 기업 보호에 있어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이 언급한 ‘여당 중진’은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공개 비판한 한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자 등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자 역시 페이스북에 해외직구 금지 정책을 놓고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차근히 준비해서 국민의 안전을 제고하면서 소비 선택의 자유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정부 해외직구 규제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여권 잠룡 정치적 소신 논쟁에 눈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 나 당선자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군이면서 대권 주자여서 역시 잠룡 가운데 한 사람이 오 시장이 이들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정치 철학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 기조를 내세우며 시장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조선일보에 실은 ‘힘든 토끼를 위한 따뜻한 보수’라는 기고문에서 “정부 여당의 국정 기조가 따뜻한 보수로 바꿔야 산다”며 “보수 실패의 근본 원인은 어떠한 비전과 실천적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데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 ‘신자유주의적 보수론’에 빠져 ‘보수적 선명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수도권과 중도층에게 외면 받았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따뜻한 보수론’을 내세우며 보수적 프레임보다는 융화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 시장과 한 전 위원장을 지난 21일에도 서로의 정치 철학을 내세우며 온라인 논쟁을 이어갔다. 다만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며 “저와 의견을 조금 달리하더라도 우리 당의 모든 구성원과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염려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잠룡들이 정책과 정치철학을 놓고 논쟁을 펼친 이면에는 정치적 손익계산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 전문가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 같은 인사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정부와의 거리두기가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오세훈은 정부(친윤계)와 기존 보수 지지층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설이 지속해서 나왔고 유승민 전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진 후 친윤계의 지속적 견제를 받으며 올해 총선에도 불출마했다. 나 당선자 역시 과거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친윤계의 견제를 받았다.  

이 전문가는 “이와 달리 오세훈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자신의 다음 스텝(대권 도전)에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을 계산하고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 시장 역시 오 시장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과 만찬을 한 뒤 상남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하면서 한 전 위원장을 향해서는 지속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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