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기존의 넥서스 시리즈를 대체하는 새 스마트폰 브랜드 ‘픽셀’을 공개한다.

구글은 이전과 달리 하드웨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애플 아이폰과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로이터는 4일 “구글이 스마트폰사업의 전략변화로 프리미엄시장에서 애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며 “수년동안 자체 하드웨어 개발을 추진해온 결과를 마침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시행사를 열고 새 스마트폰 ‘픽셀’과 ‘픽셀XL’을 공개한다. 기존에 해마다 출시했던 ‘넥서스’ 브랜드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새 라인업이다.

구글은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해 내놓는 넥서스 시리즈의 개발과 생산을 대부분 삼성전자와 LG전자, 화웨이 등 외부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픽셀 시리즈의 경우 구글이 하드웨어 개발에 역할을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대만 HTC와 협업해 픽셀 시리즈를 내놓는다.

구글은 지난해 넥서스6P의 개발과 생산을 맡았던 중국 화웨이에 픽셀 시리즈 공동개발을 의뢰했지만 제품에 화웨이 로고를 넣어야 한다는 요청을 거절하며 협력사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픽셀의 출시행사를 앞두고 한 유통점에서 앞서 공개한 이미지에 따르면 픽셀은 아이폰과 유사한 금속 외관을 갖추고 후면에 구글의 로고 하나만 새겨진 간결한 디자인으로 출시된다.

구글이 하드웨어 분야에서 독자적인 브랜드이미지 구축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글은 2012년 모토로라를 13조 원 정도에 인수해 스마트폰사업 진출을 노렸지만 곧 이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며 계획이 무산됐다. 자체개발하던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픽셀 시리즈의 성공은 결국 구글의 향후 하드웨어사업 확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인 셈이다. 구글은 픽셀 브랜드의 태블릿과 노트북 출시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OS와 윈도 등 강력한 운영체제 경쟁력을 앞세워 각각 하드웨어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8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모바일기기 사용자를 익숙한 환경으로 끌어올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콘텐츠 플랫폼을 모두 수직계열화해 고정 사용자층 확보와 생태계 확대를 노리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을 구글이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물인터넷과 가상현실기기 등 신사업의 중심이 되는 스마트폰에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면 기존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픽셀 시리즈와 함께 새 가상현실기기 ‘데이드림’과 발전된 사물인터넷 플랫폼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픽셀 시리즈가 이전의 넥서스 브랜드와 달리 최고사양으로 출시된다는 점을 볼 때 높은 가격으로 판매돼 프리미엄시장에서 아이폰과 맞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픽셀은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21’과 4기가 램, QHD급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 픽셀은 5인치, 픽셀XL은 5.5인치 화면을 탑재했고 배터리 용량 외 성능은 동일하다.

하지만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과 LG전자 V20 등 강력한 경쟁작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구글이 뚜렷한 하드웨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과 운영체제의 완벽한 최적화로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을 소비자에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다면 하드웨어 생태계 확대전략은 걸림돌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구글 픽셀은 충분한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경쟁업체 제품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출시행사에서 소프트웨어 측면의 장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