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4-02-05 11: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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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해 총선에서 소수 정당에게 유리한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제3지대 정당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제3지대 양대 축으로 꼽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뿐 아니라 각 정당 내부에서도 갈등이 커지며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빅텐트' 전망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처럼 민주당은 지역구 후보만 내고 비례대표는 따로 진보진영 및 시민사회와 연합해 위성정당을 만들어 후보를 내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미래(가칭)’라는 위성정당을 만든 이상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포기해 손해를 볼 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거대 정당에 유리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가능성도 내비쳤으나 결국 기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에 제3지대에서 잇달아 만들어지는 신생 정당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지금껏 한국에 제3지대 정치세력이 자리잡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병립형 선거제도가 꼽혔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비례대표 의석 47개 가운데 30개를 지역구 의석수 및 정당 지지율과 연계해 배분한다. 정당득표율 만큼 지역구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모자란 의석 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에 있어 지역구 의석수가 많은 거대 양당보다 소수 정당에 유리하다.
반면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정당 득표율만큼 47석을 나눠 기존 거대 양당이 유리한 제도다.
이원욱 미래대연합 의원은 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병립형 회귀 움직임을 두고 “그냥 거대 야당이 다 독식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다만 거대 양당에서 모두 2020년 21대 총선처럼 비례위성정당을 설립한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제3지대 정당들이 설 자리는 넓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출현했던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 17석·미래한국당 19석)을 제외한 기타 정당이 차지한 의석은 고작 11석이 불과했다.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순이었다.
특히 이번 준연동형 유지 결정이 제3지대 빅텐트 형성을 위한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병립형의 절충안으로 논의되던 권역별 병립형 선거제로 갔으면 최소 정당 득표율(봉쇄조항) 7%를 넘겨야하는 조건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라 하더라도 빅텐트를 구성해야 필요성이 커질 수 있었다.
이와 달리 현행 준연동형 제도에서는 봉쇄조항이 3%로 원내 입성 조건이 한결 수월해 빅텐트에 매달려야 할 이유가 떨어지게 된다.
▲ 새로운미래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3지대 정당 사이에 사분오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빅텐트 형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각각 3%로 두 당의 연합을 가정해도 6%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저조한 지지도 때문에 제3지대가 하나로 뭉치는 ‘빅텐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으나 다양한 정치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주도권 싸움만 벌어지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우리가 같이할 수 없는 어떤 인사가 있다고 얘기했으면 거기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을 하면 되는데 다른 얘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전남 순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탈당파가) ‘윤핵관’이랑 다를 바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굉장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칭하는 인물은 민주당 탈당파가 만든 미래대연합에 합류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장애여성인권운동 단체 대표를 지낸 배 전 부대표와 과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의 공동 창당도 난항을 겪었다. 미래대연합 주축 3인방인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가운데 이 의원과 조 의원이 막판 공동 창당을 거부했다. 이에 ‘반쪽짜리 창당’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욱 의원과 조응천 의원은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 공동 창당과 관련해 ‘흡수 통합’, ‘묻지마 통합’이라고 비판하며 "더 큰 통합을 위해 합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가 잇달아 내놓는 개혁신당 공약도 ‘빅텐트’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변수가 되고 있다.
개혁신당이 제시한 ‘노인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놓고 금태섭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선택은 지난달 23일 “노인 이동권은 노인 복지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또 개혁신당이 제시한 경찰, 소방, 교정 직렬 여성 공무원 병역 의무화를 놓고도 제3지대 정당 사이에서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이렇듯 제3지대 내에서 정치적 의견이 통합되지 못하고 사분오열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이재명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결정으로 이런 갈등이 봉합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갤럽이 1일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투표 희망 정당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35%, 민주당 33%, 개혁신당 8%, 이낙연신당 4%, 기본소득당 4%, 정의당 3%로 응답이 나왔다.
2030세대 가운데 특히 남성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개혁신당으로서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등 제3지대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할 때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를 유인이 충분한 셈이다.
다만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의 같은 여론조사에서 ‘총선에서 어느 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24%가 제3지대를 선택했다. 제3지대가 하나로 뭉쳤을 때는 민주당(35%)과 11%포인트, 국민의힘(32%)과 8%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개혁신당을 비롯한 제3지대 정당들로서는 다양한 이견에도 더 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빅텐트 형성을 끝까지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