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1-04 16: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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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3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장관을 총선용 경력 쌓기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 장관은 현역 장관 신분을 유지한 채 자신의 출판기념회 홍보 문자까지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로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한 모양새가 돼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월4일 경기도 안성시 코미코 반도체 세정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40여년 공직생활 동안 이해득실을 따져 궂은일을 마다한 적이 없었다”며 “이것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로서 장관직을 그만두기로 한 결정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방 장관은 “이렇게 짧은 작별의 순간을 맞게 돼 죄송하다”며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아쉬움도 컸고 밤새 고민의 시간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총선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포부도 내비쳤다.
방 장관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바뀌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며 “평생을 그렇게 살았지만 앞으로도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조각돌 하나라도 얹는다는 생각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방 장관이 2023년 9월20일 임명된 뒤로 107일째가 되는 날이다. 짧은 임기를 뒤로 하고 정치권에 도전하는 방 장관을 향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방 장관이 3개월 조금 넘게 산업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성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방 장관은 임기 절반가량을 유치에 실패한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를 위한 해외 일정으로 소화했다.
산업계와 소통을 목적으로 마련된 금요 조찬간담회인 ‘불금 간담회’는 임기 동안 3차례 진행하는데 그쳤다.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에도 불참이 잦았다.
야당은 방 장관의 업무 수행이 불성실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방문규 장관은 세 달 동안 근무하면서 상임위를 4번 불출석했다”며 “심지어 한 번은 예산을 심사하는데 주무부처 장관이 국회에 오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2023년 9월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 장관이 후임자의 인사청문회 바로 다음날에 이임식 일정을 잡은 것 역시 도마에 올랐다. 후임인 안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결론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인데도 산업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그만두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가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지만 채택이 안 된다면 여야 사이 협의가 필요하다”며 “결과를 보지 않고 사퇴를 하는 것은 산업부 장관을 공석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안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청문보고서가 채택돼 산업부 수장 공백 사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 장관이 이임식 일정을 서둘러 잡은 것은 총선 준비 때문으로 읽힌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 4월10일 열리는 이번 총선 기준으로 이달 11일이 사퇴 기한이다.
실제로 방 장관은 4일 이임식을 마친 뒤 7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선거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출판기념회는 경조사로 분류돼 금액 한도와 모금 액수에 제한이 없다. 법적으로 확인할 방도도 없어 출판기념회 돈 봉투에 얼마가 들어있는지는 당사자들만 알 뿐이다. 세금 납부 의무도 없어 사실상 정치자금 모금 기회로 활용된다.
선거일 90일 전부터 출마를 예정하고 있는 사람과 관련된 서적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어 출판기념회 개최는 일종의 총선 출정식처럼 받아들여진다.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5항에 따르면 누구라도 선거일 90일 전부터는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와 관련된 서적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
현직 장관인 방 장관이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문자를 산업부 직원 등에게 보낸 사실도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방 장관은 1월1일 새해 인사 메시지를 보내며 출판기념회를 홍보하는 내용을 넣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7일에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산업부 직원들에게 문자를 다 보내는 이런 상황에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방 장관이 현역을 유지한 상태에서 사실상 선거운동을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에서 선거운동이 가능한 시점을 현역을 그만둔 시점이 아닌 사직원을 제출한 시점이라는 판결을 내놨기 때문이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21년 4월29일 내린 판결에서 “공직선거법 제53조 1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같은 조 4항에 따라 (사직원)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원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된다”며 “이후 정당 가입 및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 장관은 자신의 고향인 경기 수원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방 장관은 출판기념회 장소를 수원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로 잡았다.
방 장관은 최근에도 수원에서 활동하며 선거를 대비하는 행보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12월24일에는 수원의 한 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이 교회는 경기 수원무 지역구 현역 의원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원로장로를 맡고 있는 교회이기도 하다.
방문규 장관은 1962년 경기 수원 출신이다. 수원에 위치한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에 진학해 영어영문학 학사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재정경제원 예산실 사무관, 기획예산처 서기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제2차관 등 정통 경제 관료로 일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진보,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중용받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실, 경제수석비서관실 등에서 행정관으로 일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제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등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김경수 경남지사 아래에서 경상남도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하며 자문활동을 했으며 이후 한국수출입은행의 은행장으로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는 국무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요직에 등용돼 일을 해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