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국회 의원회관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반면 국회 본청은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복도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일 뿐 조용했다. 의원·비서관·보좌관·취재진들을 비롯해 각종 세미나로 항상 붐비던 평소와 사뭇 달랐다.
전날(28일) 본회의로 의사일정을 마무리하고 연휴를 앞둔 주말이라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의원들 대부분 지역구를 찾아갔기 때문이다.

▲ 29일 서울 영등포 국회 의원회관 7층 복도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취재진들이 한 위원장의 첫 행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특히 한 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만남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한 두 사람이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한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관계가 편치는 않아 만남에는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다.
다만 첫 번째 상견례인 만큼 두 사람 모두 서로 덕담과 당부의 말을 하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제가 급작스럽게 취임하게 돼 굉장히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올렸는데도 흔쾌히 일정을 잡아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며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많이 있겠지만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오늘은 제가 대표님을 처음 뵈러 온 것이기 때문에 말씀을 많이 듣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언제든 국민의힘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될 제일 중요한 일은 민생을 챙기고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 아니겠느냐"며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 29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더불어주당 지도부가 상견례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한 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 나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한 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김 의장은 한 위원장에게 “선거를 앞두고 당의 혁신을 이끄는 비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위원장의 취임사를 인상 깊게 들었다고 말하며 특히 ‘동료시민’을 강조한 그의 연설에 대해 되짚기도 했다.
이어 “정치인은 적어도 20~30만 명의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라며 "주민의 대표로 회의체를 구성해 모든 일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의장이 공무원과 정치인의 차이를 설명한 것은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 출석 때마다 의회를 무시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제기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 의장은 이어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갈등을 조정하는 것을 잘 하려면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한 비대위원장은 용모도 스마트하고, 머리도 스마트하니 말씀도 스마트하더라. 잘 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한 위원장은 김 의장의 조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다.
한 위원장은 “저는 평소에도 의장님의 품격과 상생의 정치인의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대단히 존경해왔다”며 “(의장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정신을 잘 생각하며 공통저을 찾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더 배우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공개 회동 뒤 비공개로 진행한 회동에서 한 위원장에게 다음달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김 의장을 예방한 뒤 백브리핑이 예고돼 있었지만 다음 일정이 빠듯한지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위원장은 김 의장과 공개회동 말미에 “일정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오전 10시30분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원로인 故정의채(바오르) 몬시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국회로 돌아왔다.

▲ 29일 국회 본청 228호실에서 열린 비대위원 임명식 및 회의에서 한동훈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 위원장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비공개 회의에 앞서 비대위원들을 섭외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장동혁 신임 사무총장, 홍영림 신임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소개했다.

▲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29일 국회 본청 228호실에서 비대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용 악법을 통과시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들과 국민의힘이 구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각 비대위원이 선임된 배경을 설명했고 각 위원들에게 인삿말을 할 시간을 줬다.
한 위원장은 윤재옥 비대위원을 소개하며 "윤 대표님께도 임명장을 드리는지 몰랐는데요"라고 웃어보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 팀이 패기와 열정 투사하면 관록과 신중함, 합리적인 판단력까지 장착하실 수 있게 해 주시는 분"이라고 추켜세우며 윤 대표의 신중함과 판단력, 그리고 결단을 전적으로 의지하겠다고 말했다.

▲ 29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회 본청 228호실에서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오섭 수석은 한 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