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여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지역구 후보를 낸다면 여권 분열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2월27일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이 전 대표가 탈당 데드라인을 정했음에도 여당 내에서 그를 포용하려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해 관심을 독차지 한데다 이 전 대표와 관계에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려는 인사들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 전 대표가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노원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탈당 및 신당창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애초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견 장소를 자신이 자란 곳이자 정치적 고향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오늘 제가 상계동에서 제 뜻을 밝히는 것은 정치의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정치를 하는 이유를 다시 새기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상계동은 너무나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을 상계동에서 보냈고 이곳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차례 도전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 전 대표는 2021년부터 노원구 상계동 주택을 구매해 거주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서 상계동을 놓고 “서울 시민이지만 가장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고 좋은 학군을 위해서 구축 아파트에 사는 것을 감내하는 그 일상 속에는 지금의 불편함을 다소 감내하는 사람들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앞에는 험로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현역 의원을 포함해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이준석 신당에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26일 MBC 뉴스외전에 나와 “기대는 큰 데 기준은 엄격해서 신당이 성공할 수 있는지는 냉정하게 봐야 할 문제”라며 “잠시 바른정당에 갔다 온 3년도 있지만 이 당의 변화를 24년 동안 추구해왔다”며 신당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으로 꼽혔던 친이준석계 인사들마저 이 전 대표의 탈당에 함께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특히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잔류를 선언하며 이준석 신당 합류에 선을 그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내에서 혁신을 이어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강했다”며 “당내에서 혁신하고 쓴 소리 내는 것이 제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3인은 신당 합류 가능성을 남겨두면서도 거취에 관련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8일 KBS순천방송국 라디오 시사초점, 전남 동부입니다에 나와 “제가 지금 갈 수 있는 경로라는 게 국민의힘 또는 '이준석 신당' 둘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며 “저 혼자의 거취가 아니라 같이 노력해 온 여러 사람들의 의지나 노력이 담겨있다 보니 여러분들과 상의하고 또 논의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자진 탈당을 하게 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탈당 시점을 가능한 늦출 것으로 보인다.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천아용인 자체도 일정 정도 결별이나 분리가 될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 나가긴 나갈 것 같은데 광야에서 고독하게 홀로 서야 할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 많은 취재진이 12월27일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열리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이준석 전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들의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제 입으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김용태 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본인의 뜻을 밝힐 것”이라며 “가장 명예로운 방식으로 스스로의 길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는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준석 신당을 향한 관심도가 떨어져 창당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추진하는 혁신이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이 전 대표 신당의 영향력은 더욱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지지 철회층과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만큼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선거 연대 등을 통해 존재감을 다시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준석 신당하고는 사실상 경쟁 정당이 됐기 때문에 젊은 층에 대해서 누가 더 소구력이 있느냐 하는 치열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준석 신당이 당내 비윤(비윤석열) 정도면 선거연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총선 이전 재결합 시나리오는 부정하고 시작하겠다”며 “총선 이후에도 가능성은 약하다고 본다”며 총선 연대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985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과학고등학교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컴퓨터과학 및 경제학과를 나왔다.
교육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대표교사와 전산프로그램 개발기업 클라세스튜디오의 대표를 맡아 재능기부 관련 활동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는 탄핵에 찬성 의견을 낸 뒤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이후 바른미래당에 머물다 유승민계 정치인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보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으로 통합되자 미래통합당의 일원이 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21년 6월11일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되며 헌정 사상 최초로 30대 교섭단체 대표가 됐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을 통틀어 30대 당대표는 이 전 대표가 처음이었다.
당대표가 된 뒤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2030세대를 지지층으로 끌어들여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세대포위론'을 들고 나와 승리에 이바지했다. 세대포위론은 2030세대 가운데 2030 남성과 60대의 지지를 끌어내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이 전 대표의 선거 전략이다.
다만 당대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및 친윤계 의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당권을 놓고 내부 분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거친 발언 등으로 징계를 받아 당대표직을 상실했다.
보수진영 안에서는 논리성을 갖춘 '합리적 보수'란 평가를 받는다. 기회의 공정을 강조하며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지만 약자를 위한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듣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