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세계 3대 시상식 '단골', 저가 대중모델 판매 질주 길 닦아

▲ 최고 영예인 세계 올해의 차 포함 '2023 세계 올해의 차' 3관왕에 오른 아이오닉6.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강력한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을 최근 휩쓸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획득한 높은 평가는 내년부터 펼쳐질 저가 대중모델 판매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브랜드 첫 전용전기차를 출시한 2021년부터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에 단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3개 차종으로 구성되는 2024 북미 올해의차(NACOTY) 유틸리티 부문 최종후보 자리를 기아 EV9, 현대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GV70 전동화모델, 현대차 코나(전기차 모델 포함)가 싹쓸이하면서 일찌감치 해당 부문 수상을 확정지었다. 

애초 최종 후보에는 볼보 EX30도 이름을 올렸으나 해당 차량의 실제 미국 고객 인도가 2024년까지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후보자격을 잃었고 그 자리를 코나가 꿰찼다. 

북미 올해의 차는 공정성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자동차업계의 오스카 상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북미 올해의 차 선정 조직위원회는 1994년 설립돼 30년째 매년 그 해 출시된 차 가운데 최고의 차를 선정하고 있다. 승용, 트럭 등 2개 분야에서 최고의 차를 선정해오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가 업계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2017년부터 유틸리티 부문을 추가했다.

현대차그룹이 북미 올해의 차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09년 현대차 제네시스 세단(BH)이 한국차 최초로 미국 올해의 차를 수상한 뒤 2012년엔 현대차 아반떼, 2019년엔 제네시스 G70이 승용 부문 올해의 차를, 현대차 코나(전기차 포함)가 유틸리티 부문 올해의 차에 각각 올랐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기아 픽업트럭 텔루라이드와 세단 아반떼가 각각 유틸리티 부문과 승용 부문 북미 올해의 차를 받았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모델로 북미 올해의차 시상식에서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기아 EV6는 올 1월 2023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에 선정됐다. 또 전기차 3종으로 2024년 유틸리티 부문 수상을 확정지었을뿐 아니라 2024 북미 올해의 차 승용 부문 최종 후보에도 아이오닉6가 이름을 올려 뒀다.

2024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은 현지시각 내년 1월4일 미국 폰티악 M1 콩코스에서 열린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현대차그룹 전기차 모델들의 성과는 더욱 도드라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아이오닉6가 해당 시상식의 최고 영예인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수상하며 작년 아이오닉5에 이어 세계 올해의 차를 2연패 했다.

2004년 출범한 월드카 어워즈는 캐나다 토론토에 본부를 두고 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 전 세계 32개 국가의 자동차 전문기자 10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매년 시승을 거쳐 비밀 투표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세계 올해의 자동차 시상 부문은 세계 올해의 자동차,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세계 고성능 자동차, 세계 럭셔리 자동차, 세계 도심형 자동차 등 6개로 나뉜다.

기존 현대차그룹이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은 2020년 기아 텔루라이드 단 한 차례에 그쳤는데 작년부터 전기차로 최고상을 2연패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아이오닉6는 올해 세계 올해의 전기차와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에 선정돼 3관왕을 달성했다. 기아 EV6 GT도 세계 고성능 자동차에 이름을 올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로 6개 부문 가운데 4개 부문을 석권했다.

현대차그룹의 코나 일렉트릭과 EV9은 33종으로 구성된 2024 세계 올해의 차 후보 목록에도 이름을 올려뒀다. 내년 2월까지 시승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린 뒤 내년 3월 열리는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최종 세계 올해의 차가 발표된다.

현대차그룹은 EV6로 지난해 '유럽 올해의 차(COTY)'의 높은 벽도 넘어섰다.

1964년 처음 시작된 유럽 올해의 차는 유럽 지역의 자동차 전문기자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전문 심사와 투표를 거쳐 부문별 구분 없이 단 하나의 차량을 최고의 차로 선정한다. 

지난해 2월 말(현지시각) EV6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2 유럽 올해의 차 온라인 시상식에서 한국차 사상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올해까지 58차례 진행된 유럽 올해의 차에서 비유럽 브랜드가 상을 받은 것은 EV6를 포함해 11번 뿐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세계 3대 시상식 '단골', 저가 대중모델 판매 질주 길 닦아

▲ '2022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EV6. <유럽 올해의 차 홈페이지>

기아는 2008년 씨드, 2018년 스팅어, 2019년 씨드 등의 내연기관차를 최종 후보에 올리며 유럽 올해의 차의 문을 두드려 왔지만 번번이 최종 투표에서 쓴잔을 마셔야 했다.

현대차그룹의 2023년 유럽 올해의 차 수상은 불발돼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기아 EV9이 2024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 7개 차종 목록에는 이름을 올렸다.

최종 수상 차량은 심사위원들의 주행테스트를 거친 뒤 내년 2월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로 내년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을 확정지은 데 이어 EV9 등 전기차로 2024년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 수상 가능성도 열어 둔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자동차 시상식을 휩쓸며 전기차 브랜드로서 쌓은 높은 신뢰도는 내년부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기존보다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으며 펼칠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르노는 내년 차세대 소형 전기차 르노5 E-테크를 약 2만5천 유로(약 3500만 원) 가격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올 3월 소형 전기 SUV ID.2올(ALL)을 최초 공개하며 2025년 2만5천 유로(약 3500만 원) 이하 가격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 전기차 개화기를 지나는 시기 전기차를 둘러싼 충전 및 성능 관련 우려가 내연기관차보다 여전히 큰 만큼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 신차들의 판매 경쟁에서 글로벌 각 시장의 소비자들이 가진 전기차 생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세계 3대 시상식에 단골로 초대되며 수상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만큼 대중적 모델의 전기차 판매 경쟁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년여 의 기간 동안 대중 브랜드로선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아이오닉5와 EV6로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초기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내년부터 낮은 가격대 전기차 출시를 본격화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기아는 최근 중국에 준중형 전기 SVU EV5를 시작 가격 14만9800위안(약 2700만 원)에 내놓은 데 이어 내년 상반기 EV3를, 내년 연말 EV4를 국내에서부터 출시한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0월 '기아 EV데이'에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원인은 높은 가격 때문"이라며 "EV3, EV4, EV5 등 중소형 모델의 경우 3만5천~5만 달러(약 4500~6500만 원) 가격에 출시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우려에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경형 SUV 캐스퍼를 위탁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내년에 캐스퍼 전기차를 2천 만원 후반 대 시작 가격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캐스퍼 가솔린차가 내수용으로 판매돼 온 것과 달리 캐스퍼 전기차는 생산량의 80%가량을 유럽과 일본 등으로 수출할 계획을 세웟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