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종로는 선거마다 당대 거물급 정치인들이 거쳐가 상징성이 적지 않다. 윤보선·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종로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내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유력 정치인 다수가 출마 후보로 거론된다. 종로를 발판으로 체급을 키우려는 중진 의원도 눈에 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4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할 후보를 두고 여야 모두 여러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어 대결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2022년 3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종로에서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하태경 부산 해운대갑 의원이 험지 출마를 선언하며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재형 의원은 제24대 감사원장을 역임한 판사 출신 정치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으로 임명됐지만 월성원전 감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고 중도 사퇴 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후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로 참여했으나 패배했고 이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빈자리인 종로에 전략공천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쇄신안에 따라 종로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으면서 최 의원은 어렵지 않게 당선됐다.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한 하태경 의원은 11월27일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최 의원에게 ‘양해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최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하 의원의 종로 출마에 당내에서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1월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미 초선 현역의원이 있는 자리인데 지금 종로로 가면 결국은 본인이 당선돼도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부산 동구에서 태어나 자라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하 의원은 대학 시절 사회 운동에 뛰어들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 활동하다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1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해 19대부터 21대까지 부산에서 3선에 성공했다.
여권 내에서는 종로를 '험지'로 분류하며 간판급 정치인들이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도 존재한다. 대표적 사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11월13일 여론조사꽃에서 진행한 내년 총선 양자 가상대결에서 한동훈 장관이 종로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후보(곽상언·이낙연·전현희)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장관의 종로 출마는 일찍이 10월부터 제기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위기 돌파 차원에서 조기 선대위 가동을 계획하면서 총선 승리 전략의 일환으로 함께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이 종로에 출마하면 차기 대선주자로써의 상징성을 확보하면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하기에도 적절한 위치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한 장관은 여전히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고 강남·강원·광진을, 심지어 비례대표 등 다양한 길이 열려 있어 종로 출마에 무게를 싣기 어려워 보인다.
한 장관과 더불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종로 출마 유력 주자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원 장관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전 대표는 11월29일 페이스북에서 “만약 신당이 추진된다면 이미 종로에 나서고 싶어 하는 인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종로 출마를 염두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 인물이 큰 이름값을 지닌 유 전 의원일 것으로 본다.
▲ (사진 왼쪽부터)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현 종로 지역위원장인 곽상언 변호사가 종로에 도전장을 냈다. 곽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다.
곽 변호사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곽 변호사는 "노무현의 정치를 계승하는 것이 제 숙명"이라며 "총선에서 종로구를 탈환해 종로구 정치 회복의 주춧돌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연수생 시절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와 결혼했다. 이후 뉴욕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를 받은 뒤 2011년 대전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변호사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
곽 변호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본적지 충북 영동군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박덕흠 미래통합당 의원에 패배했다. 이후 9월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고 2022년 7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떠난 종로구에 공모해 지역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곽 변호사 외에 야권 인사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 대표의 종로 출마는 비명계가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주로 거론한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 대표가 계양이 아닌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정치1번지인 종로에서 차기 대선 주자인 한 장관과 이 대표가 맞붙는 시나리오를 예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 전 실장은 11월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총선에 출마하려고 마음을 굳였다"며 "(서울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86세대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현재 종로구 평창동에 거주중이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종로 출마를 준비하기도 했으나 2019년 11월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은 성동구에서 16·17대 의원을 역임해 중구성동갑으로 복귀할 것이란 말이 많다. 현재 중구성동갑 의원인 홍익표 원내대표는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시절 전국대학대표자협의(전대협) 3기 의장을 맡아 학생 운동권을 이끌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지명수배범이 되어 10개월 동안 도주하다가 붙잡혀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문민정부 때 석방됐다.
임 전 실장은 1999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34세로 최연소 당선됐다. 이후 서울시 부시장,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여론조사꽃이 11월13일 발표한 정례여론조사에서 종로에서 전 전 위원장과 한 장관이 가상대결을 한 결과 한 장관은 34.4%, 전 전 위원장은 31.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재형 의원과 가상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 결과가 나왔다.
전 전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며 윤석열 정부와 강하게 대립해 민주당 내에서 지지세를 얻었다. 다만 전 전 위원장은 그의 고향인 통영시 또는 부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전 전 위원장은 경남 통영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한국 최초의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가 됐다.
전 전 위원장은 제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제21대 총선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맞붙어 패배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권익위원장을 맡았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종로 의원직을 사퇴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총리는 현재 친명계가 주류인 민주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신당 창당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총선에 출마하면 대통령 선거를 위해 떠났던 종로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종로는 보수나 진보가 전통적인 강세를 보인 지역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 후보들의 이름값에 따라 선거의 향방이 결정됐다.
종로는 평창동, 삼청동, 사직동, 가회동, 교남동, 종로 1~4가동에 이르는 보수 중심의 동네부터 진보 성향이 강한 숭인동, 창신동, 이화동, 혜화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이는 지역이다.
또 관내에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학로 소극장 등도 있어 보수와 진보 성향의 인구가 모두 넓게 포진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과거 자서전에서 종로의 입체성을 언급했다.
2000년 이후 종로에서 18대 총선까지는 박진 장관이 연거푸 승리를 거뒀고 19대, 20대 총선에서 정세균 전 총리가 승리하며 깃발을 바꿔꽂았다. 21대 총선도 이낙연 전 총리가 승리를 거두며 민주당이 승리했으나 이낙연 전 총리가 떠난 뒤 20대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최재형 의원이 탈환에 성공했다.
제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0.96%를 득표해 45.42%를 득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5.54%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2022년 6월 치러진 종로구청장 선거에서도 정문헌 국민의힘 후보가 51.49%를 획득해 47.09%를 획득한 유찬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4.4%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