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SK그룹 차원의 친환경 전략에 핵심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나 사장이 화학제품 업황 불안에도 매출 규모를 유지하며 SK지오센트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만큼 올해 연말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해 사업체질 개선 작업을 계속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15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에서 열린 울산ARC 기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 |
21일 재계 안팎에 따르면 올해 SK지오센트릭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SK그룹 사장단 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12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조직개편 및 연말인사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11월28일 부산엑스포 개최지 발표 이후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부산엑스포 개최지 결정일도 있는 만큼 어느 때 인사가 이뤄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SK그룹 화학 계열사 가운데 별도기준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계열사다. 자연히 2018년 말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장수 CEO' 나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나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나 사장이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착공을 계기로 SK지오센트릭의 재활용 사업 육성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8월 SK종합화학에서 회사이름을 바꿨다. 나 사장은 이를 계기로 플라스틱 재활용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열분해 등 고도화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적용되는 사업이다. 2025년까지 울산ARC에 들이는 투자 규모는 1조8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그만큼 중요한 성장동력에 해당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사업을 이끌어 온 나 사장이 연임해 울산ARC 건설과 같은 주요 프로젝트를 계속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나 사장은 그동안 울산ARC 협력사인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영국 플라스틱에너지와 교류를 확대하며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SK지오센트릭의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SK그룹 화학·에너지 분야의 친환경 전환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SK이노베이션의 다음 60년은 ‘그동안 배출해 왔던 탄소에 관한 책임’을 중심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18일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 SK > |
올해 9월에는 울산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울산콤플렉스(CLX)를 중심으로 친환경과 에너지 전환에 방점을 둔 8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하며 “기후변화에 따라 탄소 감축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울산CLX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화학 복합단지로 1964년, 1972년 각각 국내 최초로 정제설비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가동한 곳이다. SK지오센트릭 울산ARC는 여기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친환경 설비 프로젝트다.
최태원 회장이 SK지오센트릭의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그룹 차원의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을 수밖에 없다.
나 사장이 취임한 뒤 SK지오센트릭 영업이익은 매년 큰 변동을 나타냈다. 글로벌 수요 및 공급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화학 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SK지오센트릭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영향이 극심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연결기준 매출 11조 원 이상을 내며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업황 변동에 따라 매년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중심의 체질 전환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SK지오센트릭은 중장기 수요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진출 등을 통해 경기변동 및 탄소중립 관련 대내외 규제 대응능력을 점차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SK이노베이션 핵심 계열사 대표들이 대부분 장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도 나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2017년부터,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은 201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부회장단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동시에 큰 폭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SK그룹에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대표이사,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유정준 SK 미주대외협력총괄,
서진우 그룹 중국사업담당, 김 부회장 등 오너일가를 제외한 6명의 부회장이 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