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27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노선 종점 인근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여야 대권 잠룡들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한창 주가를 높이는 인물도 있는 반면 경쟁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총선이라는 빅이벤트를 거치면서 이들의 입지가 어떻게 달라질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 여권 차기 대선 레이스 현재 위치
국민의힘 내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으로 정치인생에서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야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을 제기하자 원 장관은 7월 초 ‘전면 백지화’로 맞불을 놓았다. 장관직을 걸겠다면서 민주당이 사과해야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이후 원 장관은 유튜브 채널에 해명 영상을 올리고 국토부 홈페이지에서 관련자료를 공개했다. 7월26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야권의 공세에 맞서는 등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했던 신평 변호사는 “획기적 선언”이라며 ‘전사’
원희룡 장관이 보수를 위기에서 구해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 내에서도 원 장관의 대처를 놓고 부정적 시각이 없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서 “원 장관이 국민 삶을 뒷전으로 내팽겨쳤다”며 정치적 대응을 멈추라고 말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의식한듯 원 장관은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7월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문가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노선을 결정한 다음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27일에는 직접 양평을 방문해 전문가 검증을 거쳐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원 장관은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맡아 ‘스타장관’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는데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태를 순조롭게 해결한다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자칫 사태가 장기화하며 원 장관의 책임론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게 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시절 19대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커진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화를 자초했다.
홍 시장은 7월26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10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홍 시장이 수해 중이던 7월15일 골프를 친 일과 이를 해명하는 과정이 적절치 않았다고 본 것이다.
홍 시장은 수해 중 골프가 논란이 된 이후 주말이고 수해가 대구지역에 미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뉴얼을 어기지도 않았음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전에도 공직자가 골프 치는데 관대한 시각을 보여왔는데 이를 유지했다.
그러다 논란이 커지며 징계 가능성이 떠오르자 홍 시장은 7월19일 정치인생 첫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윤리위 소명 절차에도 참석하지 않고 수해복구활동에 나서는 등 몸을 낮췄으나 중징계를 피할 수는 없었다.
홍 시장이 윤리위를 앞두고 7월21일 SNS에 ‘과하지욕’이란 글을 남겼다 지운 것도 징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홍 시장은 7월30일에는 페이스북에 “나를 잡범 취급해 유감”이라며 “나까지 내치고 총선이 괜찮겠느냐”고 적어 뒤끝을 남겼다.
정치활동 내내 비주류로 분류돼온 홍 시장은 존재감에 비해 당내 입지가 탄탄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미 4월 상임고문 해촉으로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이번 중징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당 내에서 홍 시장을 엄호하는 세력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홍 시장의 당원권 정지는 내년 총선 이후 풀린다.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만큼 홍 시장이 중앙 무대로 돌아오기는 더욱 쉽지 않아졌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주춤하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반대로 주가를 띄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권을 향한 욕심을 드러내지 않고 시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7월30일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특집 대담에서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99% 서울시장을 다시 하고 싶다”며 “서울시를 뉴욕·런던·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로 만드는게 나라 경여하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발언은 대권 도전 가능성을 1% 남겨둔 쪽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오 시장은 이날 대담에서 교권과 학생인권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교육조례를 만들겠다며 정치사회적 현안에 유연성있는 대응 태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최근 건설업계를 향한 불신이 커지자 부실공사를 근절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7월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시·민간건설사 동영상 기록관리 설명회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19일 서울시가 하고 있는 공공 건설공사 현장 동영상 기록관리에 민간 건설사들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며 주요 건설사들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오 시장이 요청한 지 하루 만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 20여 곳이 참여하기로 해 오 시장이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7월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
◆ 위기의 민주당, 민주당내 떠오른 얼굴은?
민주당은 야권에서 차기 대권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대표가 지속적으로 사법리스크 위험이 높아지면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김건희 여사의 해외 명품 쇼핑 논란,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대처 미흡 등 악재를 겪는데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원인도 이 대표 체제에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쇄신하겠다며 6월 말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출범했지만 한 달 동안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호 쇄신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놨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호 쇄신안인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역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오히려 정부여당에게 비판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월25일 체포동의안 기명투표를 두고 “표결을 감시하는 장치”라고 폄하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말이 너무 길어진다”며 “그냥 특권 포기하기 싫으면 그렇다고 하면 된다”고 비꼬았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8월 중
이재명 대표를 소환하고 구속영장 청구까지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조사를 마쳤고 대북송금 사건 관련해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관련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불체포특권이 적용되지 않아 바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다. 검찰은 임시국회 개회 때 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 표결을 이끌어낼지 곧바로 영장심사에 돌입할지를 두고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25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자신 있으면 비회기 기간에 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이라며 “정치적 고려없이 정면으로 승부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지도부 공백을 막기 위한 대안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7월28일에는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10월 달 퇴진하고 40여 명의 의원들이 뜻을 모아 한 의원을 당대표로 밀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그러자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7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라시 수준의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7월31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직접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호남과 수도권 승리만으로 1당이 되기 쉽지 않다”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그리고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이야기가 나온 배경을 추측했다.
향후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6월 말 귀국한 지 1달 만에
이재명 대표와 이른바 ‘명낙회동’이 성사됐다. 두 사람은 7월28일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윤영찬의원과 김영진 의원을 배석시키고 막걸리 만찬을 진행했다.
애초 7월 중순 만나기로 했던 두 사람은 집중호우 사태를 이유로 일정을 두 차례 연기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계속 늦춰지자 의제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아닌지, 당내 상황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상당한 게 아닌지 뒷말이 무성했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
윤석열 정부 폭주와 대한민국의 불행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당의 단합’을 강조한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당의 혁신’을 요구해 다소 온도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이낙연 전 대표가 비명계 공격 중단을 요구했는데
이재명 대표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더 노력해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이 향후 민주당의 역학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여당에서는 회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7월29일 논평에서 “허물 수 없는 벽만 확인했다”며 “총선 승리와 당의 혁신 방안에 대해서 한 침대에 누워 서로 다른 꿈을 꾼다”고 말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국민 눈치에 등 떠밀린 회동이었다”고 폄하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최고의 개혁 혁신은 단합이다”며 “거의 만점에 가깝게 잘했다”고 바라봤다. 김디모데 정책&건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