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지부진했던 선거제 협의논의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여야 협의체를 발족하는 등 힘을 쏟고 있다.

김 의장은 취임 이후 1년 동안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온 만큼 시기를 놓치기 전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 1년 맞아 선거제 개편 총력, 여야 간극 깊어 난항 예상

김진표 국회의장이 7월4일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다만 선거제를 둘러싼 여야의 간극이 깊어 개편안을 마련하기까지 난항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 1년 동안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이제는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이라며 “내년 총선을 헌법정신과 선거법 취지에 부합되도록 치르기 위해 다음 주까지 선거법 협상을 끝내고 후속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7월17일 제헌절까지 선거제 개편 협상을 마무리하고 선거제 개편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김 의장은 전날(3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정개특위 간사와 함께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2+2 협의체’을 출범시켰다.

여당과 야당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세우면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속도를 내기 위해 김 의장이 나선 것으로 읽힌다.

김 의장은 협의체가 출범하는 자리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와 관련해 “어떤 정당이든지 현실적으로는 자기 지지층을 결집해서 어떻게든지 한 표라도 이기려고 하는 정치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게 극한 대립을 만든다는 분석이 많다"고 진단했다.

김 의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 자리에서도 “정치가 극단적으로 가는 핵심원인은 한 표만 얻으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극단적인 승자독식 선거제도에 있다”고 보고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장은 그동안 비례대표 정수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 선거제 개편안 마련을 촉구해왔다.

김 의장은 2022년 12월26일 남인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을 포함한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을 공관에 초대한 만찬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모두 참석해 법안을 심의하는 ‘전원위원회’ 개최를 제안했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의원 전원이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3월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선거제 개편방향과 전원위원회 운영계획 정책설명회’를 열고 전원위원회 개최 방안을 설명한 뒤 “선거제 개편 논의가 계속되는데도 반대하는 세력은 반드시 내년 4월에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22일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주최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편 공론조사 결과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쇠도 달궈졌을 때 두드리라는 말이 있다”며 빠른 선거제 개편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장이 선거제 개편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온 덕분에 국회는 올해 선거제 개편 결의안을 마련하고 국민 공론조사를 진행하는 등 예년에 비해 선거제 논의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은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기형적 결과를 만들어낸 준연동형제로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치룰 수는 없는 만큼 새로운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해야하는 마지노선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직전에 도입된 준연동형제는 거대정당과 소수정당 사이의 의석 배분 비례성을 높여 ‘제3세력의 정치세력화 및 다당제 전환’이라는 정치 개혁을 목표로 도입이 논의됐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지금의 국민의힘)의 반발에 부딪혀 선거제 논의는 파행을 거듭했다. 준연동형제 도입 뒤에도 미래통합당이 비례위성정당 창당이라는 방법으로 선거제의 허점을 노리자 더불어민주당 또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오히려 비례성 악화 및 거대양당 강화를 초래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1년 맞아 선거제 개편 총력, 여야 간극 깊어 난항 예상

김진표 국회의장이 3일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열린 '여야 2+2 선거제 개편 협의체' 발족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다만 국회는 선거제 논의의 마지노선이 다가왔음에도 선거제를 둘러싼 여야 사이 간극이 심해 후속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김진표 의장이 어깨에 실린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선거제 개편을 위한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제를 논의하는 방법부터 여야 사이에 차이가 있다. 야당은 전원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구성해 심층 논의를 지속하자고 제안했으나 여당은 정개특위 또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 선거제 논의를 진행하면 충분하다는 태도를 나타났다.

여기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야당의 반대가 큰 ‘의원 정수 축소’ 당론화를 추진하는 행보를 보이며 선거제 협상의 여지를 줄이고 있다.

민주당은 양당체제의 악순환을 매듭지을 수 있는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양당 제도가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정치 불신을 초래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저도 민주당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관료 출신 다선 의원이자 소통과 대화를 중시하는 의회주의자로 평가받는다.

1947년 지금의 황해남도 연안군인 경기도 연백군에서 태어나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1973년 제13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재무 관련 부처에서 재경직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했다. 

초기엔 평범한 관료 생활을 보냈으나 김영삼 정부시절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추진 과정에서 실무를 맡아 역량을 증명한 뒤 이사관(2급)으로 승진해 지금의 대변인에 해당하는 공보관을 맡았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중용 받아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그 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거쳐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5년부터는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직을 수행했다. 그 뒤 18, 19, 20,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연이어 당선돼 5선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장은 2022년 7월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75표 가운데 255표의 찬성을 얻어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21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국회의장 임기를 수행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