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올 여름 슈퍼 엘니뇨에 따른 '물폭탄'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손보는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을 독점 취급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 손해율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여름 '물폭탄' 예고에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 비상, 농협손보 최문섭 긴장

▲ 올 여름 집중 호우로 ‘물폭탄’ 가능성이 제기돼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5월17일 서울 본사에서 열린 '2023년 농업보험 운영협의회'에 참석한 모습. < NH농협손해보험 >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집중호우로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이 높아져 농협손해보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연재해가 농협손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낯선 광경은 아니다. 이미 자연재해로 농협손보 원수보험료 가운데 30% 가량을 차지하는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이 높아져 실적에 악영향을 반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2019년과 2020년에 전체적으로 자연재해가 많았고 손해율도 높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작년 같은 경우에는 손해율이 엄청나게 높지는 않았는데 자연재해가 덜 났던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지난해에는 58%, 2021년에는 74.2%였다. 다만 2020년 149.7%, 2019년 186.2%, 2018년에는 111.4% 등으로 매우 높았던 적도 있다.
 
올여름 '물폭탄' 예고에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 비상, 농협손보 최문섭 긴장

▲ 농작물 재해보험 손해율 추이.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자료 가공.

손해율은 납입 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농협손보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금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치솟은 손해율은 실적에 영향을 상당한 끼칠 정도의 손실을 남기기도 했다. 농협손보는 2020년 순이익 463억 원을 거뒀는데 그 해 농작물재해보험에서 입은 손실액은 300억 원 가량이었다.

올해 농작물재해보험 보장작물과 가입률은 2020년보다 더 늘어 농협손보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보장작물은 70개였고 가입률은 49.9%였다. 2020년(62개, 45%)보다 증가했다.

그렇다고 농협손보가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농작물재해보험 취급을 마음대로 거절할 수도 없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정책보험으로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업인의 경영불안 해소 및 소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전망과 관련해 농협손보는 한 가지 재해만으로는 지금 시점에서 농작물 재해보험 손해율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물폭탄으로 손해율이 올라갈 수는 있다”며 “다만 물폭탄이 작물 수확을 완벽히 불가능하도록 만드는게 아닌 이상 보험금 지급은 수확시점의 수확량 비교로 측정되므로 여러 요인이 끼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밭을 예로 들어보면 수확이 불가능할 정도로 밭이 완벽히 망가진다면 손해율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정도가 아니라면 재해발생시점과 수확시점 사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많은 변수가 끼어들어 재해 자체가 손해율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손해율이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았던 지난해에 국내 자연재해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슈퍼태풍 '힌남노'가 포항 인근을 지나치며 막대한 피해를 끼친 게 지난해 8월 말이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