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천안함 자폭’ 등 발언 논란으로 사퇴한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 후임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후임 혁신위원장에게는 당내 계파갈등과 혁신위원회 권한 문제 등 가시밭길이 놓여 있어 이를 뚫고 헤쳐 나갈 인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독이 든 성배' 민주당 혁신위원장 인선 난항, 이재명 고민 깊어진다

▲ 혁신위원장을 임명해야 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9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혁신위원회 자체를 놓고도 당내 계파 사이에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혁신위원장을 임명해야 할 이재명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새 혁신위원장 인선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로부터 혁신위원장 후보로 20여 명을 추전 받은 뒤 최종 후보군을 4~5명으로 압축하고 12일 열리는 의원총회 전까지 혁신위원장을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래경 전 위원장의 뒤를 이을 혁신위원장 후보로는 학계와 정치권 인사 다수가 거론되고 있다.

먼저 학계에서는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등이 언급된다. 

원외 정치권 인사로는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해영, 원혜영 전 의원, 유인태 전 사무총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추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이탄희, 홍익표 의원 등 원내 인사들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의 선택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10일 K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에서 “언급되는 분들이 많지만 정치를 오래했거나 앞으로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며 “다선 의원들의 기득권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당 밖의 인사가 적합하지만 학계에만 계시던 분들은 정치나 정당에 관한 이해도가 낮은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사퇴를 두고 당내 인사들의 불만이 나오는 점도 이 대표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만일 이번 혁신위원장이 또 다시 이래경 이사장처럼 낙마한다면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던 이래경 이사장은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 미국 기원설’ ‘대선 조작설’ 등을 게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명된 지 9시간 만에 사퇴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래경 혁신위원장 임명을 임명 전날에야 공유 받은 점을 밝히면서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의 전형적인 예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같은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제1당의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혁신위원회의 권한이나 구성을 두고도 당내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혁신위에 '전권'을 줘야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혁신위를 생각하고 있는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는 혁신위가 당 쇄신에 관한 권한을 갖는 건 맞지만 당 대표와 지도부를 '패싱'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전날 K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에서 “중립적이고 명망 있는 분들이 과연 이번 혁신위원장을 맡고 싶어 하겠는가”라며 “말은 전권을 준다고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줄 리 없고 당의 위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비대위와 달리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여기에 새 혁신위원장이 친명계나 비명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당내 계파갈등이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쇄신과 관련해 큰 권한을 가지게 될 혁신위원회 구성을 책임지는 혁신위원장 성향에 따라 계파 간 손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 위원장은 9일 이재명 대표가 참석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는 특정 정치인과 계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부족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기구가 돼야한다”며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혁신기구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혁신의 '내용'에 관한 합의 없이 혁신위원장 인선을 서두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익표 의원은 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어떤 혁신을 하려고 뭐를 바꿔야 되겠고 그것을 위해 어떤 권한을 줄 것인지가 결정돼야 혁신위원장으로 그에 걸맞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혁신위원장 최종 후보군을 추리는 대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새로운 혁신위원장 인선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후임 인선 상황에 관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서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고 더 나은 혁신을 해나가는 게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