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과 야당 모두 호남지역을 두고 고민이 많다.
국민의힘은 '서진정책' 성과가 소멸하면서 출향민이 많은 수도권 선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텃밭인 호남에서 민심 이탈 조짐이 감지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7일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식당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과 제주는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우위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인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을 향한 호남 민심이 예전보다 싸늘해지면서 내년 총선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5 재보궐 선거에서 유일하게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전주을 지역 결과가 지역 민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은 만큼 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않은 곳이다.
전주시민들은 민주당에서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임정엽 후보 대신 강성희 진보당 후보를 선택했다. 강성희 의원은 임정엽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벌일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개표 초반부터 막판까지 7∼8%포인트 차이를 유지하며 여유 있게 승리했다.
최근에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일시적이긴 하지만 호남지역 무당층 비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서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3월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광주·전라의 무당층 비율이 39%, 민주당 지지율이 38%로 집계됐다. 민주당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진 않더라도 무당층으로 흡수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이같은 기류 변화에 호남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원외 인사인 임선숙 변호사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송갑석 의원으로 교체했다. 또 호남지역 의원인 이개호 의원을 당내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선임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7일 전남대학교 광주캠퍼스 학생회관을 찾아 '천원 아침밥'을 제공하는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호남 챙기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1대 총선 기준 호남 의석수는 광주 8석, 전북 10석, 전남 10석 등 모두 28석이다. 현재 민주당이 27석, 국민의힘 1석이지만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라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호남 석권을 목표로 뒀다.
국민의힘은 이전 지도부의 '서진정책'이 후퇴하면서 내년 총선때 호남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국립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 무릎을 꿇으면서 시작된 서진정책은 광주 복합쇼핑몰을 들고나온 이준석 전 대표를 거쳐 꽃을 피우는 듯 싶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27년 만에 국민의힘 후보가 정당투표 14.1%로 광주 광역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부터 서진정책은 동력을 잃었다. 최근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전문 수록 반대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전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8%에 그쳤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전주에서 15%대 득표율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에 민심이 반토막 난 셈이다.
서진정책의 실패는 단순히 호남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호남 출신 출향민이 많이 있는 수도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호남권에서의 추락을 방치하면 호남 출향민이 많은 수도권, 충청권 등의 표심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의석수가 3석인 제주지역도 민주당 강세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17대 총선부터 5회 연속으로 제주에서 3개 선거구를 휩쓸었다.
국민의힘이 제주 의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참신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여러 후보군이 거론되며 당내 경선부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 결과와 제주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건설 여부 등이 선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도 정치 지형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원도 의석수는 8석으로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 4석, 민주당 3석, 무소속 1석으로 나뉘었다. 이후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이 도지사 선거 출마로 내려놓은 자리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차지했고 무소속으로 당선됐던 권성동 의원도 국민의힘으로 복당하면서 현재는 국민의힘 6석 민주당 2석이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승리를 토대로 내친 김에 전석 석권을 바라보고 있다. 19대 총선 때도 새누리당이 강원도 9석을 모두 차지한 전력이 있다.
민주당으로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이나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등이 자리잡고 있는 영동지역을 공략하기 쉽지 않은 만큼 춘천과 원주 등 영서지역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