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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휴대폰 재고관리 실패의 진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7-10 23: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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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휴대폰 재고관리 실패의 진실  
▲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이 부진한 원인이 된 재고처리가 3분기 실적반전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내놓은 잠정실적은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 7조2천억 원은 시장 전망치보다 무려 1조 원 넘게 적은 것이었다.

그 후폭풍은 컸다. 삼성이라는 거인이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왔고 삼성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런 후폭풍을 예상한 듯 그동안과 달리 실적부진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내놓았다. 중국업체의 약진, 중저가 스마트폰의 부진, 재고처리 비용 등을 들었다.

이 세가지는 서로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중국제조업체들에게 밀려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재고가 쌓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점유율 하락과 중저가 스마트폰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올해 초부터 이에 대한 경고는 꾸준히 나왔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은 재고처리다. 삼성전자는 자료에서 “유통채널 내 재고 감축을 위해 프로모션을 강력히 집행해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허술한 재고관리는 삼성답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전략과 순발력에 대해 의문까지 던지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삼성전자의 재고관리가 의도된 선택일 수 있다는 의구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곧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시장의 예상치보다 더 떨어뜨리는 결정을 삼성그룹이 내렸다는 것이다.

◆ 재고처리 실패는 삼성 경영능력 위기 때문일까

A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삼성의 수요예측과 재고관리에 의문을 제시했다. 이번 실적은 ‘관리의 삼성’답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동향을 미리 읽고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재고처리에 급급하며 실적하락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잠정실적 발표는 삼성전자가 스스로 재고관리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케온 한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중국에서 재고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김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이런 허술한 재고관리는 삼성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삼성이 자사제품을 과신해 시장의 동향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시장에 대해 ‘예측은 했지만 대응을 못했다’는 데 주목했다. AP통신이 삼성의 재고관리 실패를 순발력의 부재와 연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AP통신은 “삼성이 더 기민해져야 한다”는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은 삼성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불완전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외신들은 이번 실적부진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노출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지적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함께 제기한 것이다.

◆ 삼성은 재고를 꼭 이렇게 털었어야 했나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이 현저하게 하락할 정도로 재고를 급속하게 정리하는 일은 드물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닥쳤거나 폐업위기가 아니면 어느 정도 재고를 유지하면서 차츰 줄여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삼성전자도 실적하락을 방어하려고 했으면 마케팅비를 줄이면서 영업이익을 완만한 감소세로 유지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분기당 스마트폰 판매량이 9천만 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재고를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실적악화를 감수하고 재고를 털어냈다. 삼성전자 스스로 “프로모션을 강력하게 집행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 결과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설명자료에서 재고처리를 강조한 것은 삼성의 의지가 반영됐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삼성전자의 선택을 3분기 실적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곧 삼성전자가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다소 '무리하게' 재고를 처리함으로써 3분기 스마트폰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반등의 길을 열어놓았다. 2분기 실적방어를 위해 재고를 안고 갔다면 3분기에도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이 나올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을 미리 막아 놓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휴대폰 재고관리 실패의 진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3분기 실적으로 경영능력을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체제 등장을 위한 포석인가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악화를 감수하고 재고를 털어낸 이유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나오는 해석이 삼성전자가 이재용체제 등장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금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2분기 실적은 이 부회장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은 다르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이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3분기 실적은 오롯이 이 부회장의 경영 성적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3분기 실적이 반등한다면 이 부회장은 꼬리표처럼 붙어있는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뗄 수 있다. 이는 이재용체제의 등장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2분기 실적이 발표된 뒤 국내 증권사들은 3분기 실적 전망치에서 영업이익을 수천억 원씩 하향조정했다. 이 때문에 3분기 실적에서 예년 수준의 영업이익만 내놓아도 ‘어닝 서프라이즈’로 여겨질 수 있는 환경이 저절로 만들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으로 볼 때 오너부재 상황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는 쉽지 않다”며 “12월 인사도 해야 하고 내년도 경영전략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재용체제가 올해 안에 어떤 형태든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3분기 실적은 매우 중요하다. 3분기 실적을 위해 삼성전자가 2분기에 무리한 마케팅 집행으로 재고를 털고 3분기를 대비했다는 것이다.

◆ 경영승계 앞두고 조직긴장을 위한 위기선택

또 다른 측면으로 그룹 수장이 교체되는 과도기에 조직기강을 다잡기 위해 과다한 실적부진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있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고삐를 바짝 조이기 위해서 말 그대로 ‘어닝 쇼크’를 줬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2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보여 준 여러 모습들이 이런 해석을 낳도록 한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1일 미래전략실 조회에서 “삼성전자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며 “더 열심히 뛰어달라”고 주문했다. 또 같은 날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부문별 대표들도 “마하경영으로 현재 한계를 돌파하자”는 메시지를 삼성전자에 던졌다.

잠정실적이 발표된 다음 날인 9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주제는 ‘선도적 기업의 딜레마와 극복전략’이었다. 이호옥 연세대학교 교수는 삼성그룹 사장단 앞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그룹들도 지속적으로 혁신을 하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조직 교체기에 자칫 안일한 생각을 품었다가 작은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끊임없이 삼성그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경영방식을 취해 왔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해도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이건희 회장과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가 없는 만큼 삼성전자 실적을 통해 삼성그룹에 긴장감을 주문하는 방향을 선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잠정실적이 발표된 8일은 삼성그룹에서 상여금이 일괄 지급되는 날이다. 실적발표와 상여금 지급이 함께 이뤄지면서 그룹 내에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한 삼성 임원은 “최하 등급을 받은 계열사가 이례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휴대폰 재고관리 실패의 진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서 6조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뉴시스>

◆ 자사주 매입 요구에 대응하는가

일부에서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상승한 점과 연결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삼성전자 주식을 상속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3.3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는 6조5천억 원이 넘는다. 30억 원 이상에 적용되는 상속세율이 최고 50%이므로 상속세만 따져도 3조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여기에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 지분까지 합하면 이 부회장이 내야하는 상속세는 6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회장이 쓰러진 뒤 경영승계 관련해 삼성전자 주식이 재조명됐다. 배당성향이 낮은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또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는 추측과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을 실시한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세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물려받을 경우 그만큼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삼성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로부터 자사주 매입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60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배당을 적게 하자 외국계 투자자들은 줄기차게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체제의 순조로운 등장을 위해 외국계 투자자들의 요구에 일정 정도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곧 먼저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주가가 낮을수록 삼성전자로서 좋다. 2분기 실적이 부진하다는 말이 삼성그룹 수뇌부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 지난 달 말부터 삼성전자의 주식은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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