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전 의원이 9월29일 대구시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외부활동을 재개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라는 시선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유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도 떠오른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유 전 의원의 행보를 놓고 본격적 당권 레이스에 앞서 정치를 재개하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인의 자질로 도덕적으로 깨끗하며 문제해결 능력이 있고 개혁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전 의원은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지금 청력 테스트를 하는 상황"이라며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데 국민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나"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내에서 윤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는 내는 인사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정도를 제외하고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주자급인 유 전 의원이 쓴소리를 하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방선거 경선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시사한 뒤 한동안 잠행하다 5월 북콘서트를 통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회·경제·외교 등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더니 최근에는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적극적이다.
전날인 28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이 저출산 극복 의지를 밝힌 것을 두고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유 전 의원은 SNS를 넘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려고 하는 등 최근 행보에 거침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전 의원은 갑작스럽게 일정이 취소되긴 했지만 지난 22일 KBS '한밤의 시사토크-더 라이브'에 출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치권 인사들이 각종 현안에 관해 대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유 전 의원을 향한 여론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넥스트위크리서치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유 전 의원은 28.3%로 1위를 차지했다. 넥스트위크리서치는 매주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유 전 의원은 6주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선전이다. 1주일 전 조사에서 유 전 의원 지지율은 14.6%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13.8%포인트가 올라 28.4%를 기록하며
이준석 전 대표(15.5%), 나경원 전 의원(12.4%) 등을 크게 앞섰다. 유 전 의원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윤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주호영 원내대표가 예상 외로 이용호 의원을 압도하지 못하면서 유 전 의원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시선도 나온다.
권성동 의원의 윤리위 징계가 진행되고 있고 장제원 의원도 뒤로 물러서는 등 '윤핵관(
윤석열 핵심 관계자)' 후퇴론이 불거진 상황에 당내 비윤 내지 반윤 여론이 확인되면서 유 전 의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응원하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연이어 올리는 등 당내에서 대표적 비윤 인사로 꼽힌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당권 여부에 대해 "출마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제가 이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꼭 하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다만 유 전 의원을 향한 보수 지지층의 거부감 때문에 실제로 당권 도전이 쉽지는 않으리란 시선도 존재한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두고 "훌륭한 정치인이시지만 여러가지 과정에서 통해 당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이 존재감을 키우자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당권주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비판한 유 전 의원을 저격했다.
김 의원은 "상대 진영의 터무니없는 가짜 조작방송에 현혹돼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보다 더 자당의 대통령과 당을 공격하며 '내부총질'을 한다면 그것 또한 동지로서 해야 할 처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맡았던 강신업 변호사는 막말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당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입지가 좁은 유 전 의원이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탈당 후 창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떠오른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가 임박하면서 탈당 권유 아니면 제명, 당원권 정지 3년 등의 중징계가 내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신당설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신당 창당에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한길리서치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
이준석 전 대표가 재징계를 받아 출당해 신당을 창당하면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지지한다'는 응답은 35.9%였다.
미디어토마토가 8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보수신당을 창당하게 될 경우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42.5%로 집계됐다.
실제 창당으로 이어지면 여권의 지지층이 상당수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이미 바른정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