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야권의 ‘대권잠룡’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고 도지사로 정식 취임한다.

김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활동기간 동안 성공적인 도정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요소로 ‘협치’를 강조해왔다. 이에 김 당선인이 협치를 강조하는 배경과 ‘김동연표 협치’의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오늘Who] 경기지사 데뷔 김동연, 협치로 대선주자 자격 증명할까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도지사 취임을 하루 앞둔 30일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22일 동안의 활동을 마치고 종합보고회를 열었다. 인수위는 이날 보고회에서 경기도정의 3대 비전과 11개 전략, 120개 정책과제 등을 김 당선인에게 전달했다. 

이날 인수위의 종합보고에서는 ‘혁신·평화·협치의 경기’, ‘민·관·정 협치’ 등 공약실행을 위한 전략에 ‘협치’가 강조됐다. 

인수위는 이날 경기도정 슬로건인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에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는 도정으로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김 당선인의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뒤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 임태희 경기교육감 당선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등 여권 인사들을 만나며 ‘협치 행보’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상징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 당선인과 29일 만나 도와 교육청의 ‘정례협의체’를 만들어 소통하기로 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지난 13일 간담회를 열고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3자 협의체’를 구축하는 데 긍정적 의견을 나눴다.  

이에 더해 인수위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의 초등학생 아침 급식 제공 등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받아들이고 공통 공약 38개를 꼽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도 인수위원회에 국민의힘 인사를 포함시킬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이 '협치'를 강조하는 데는 현실적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당선인은 김은혜 후보와 단 8913표, 0.15%포인트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역대 광역단체장 가운데 득표율 차이가 가장 적기 때문에 민심을 들어 ‘협치’가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또 그의 임기 중 경기도의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78명씩 동수로 구성되고 경기도 기초자치단체 31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22명에 이른다. 협치 없이는 도정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란 뜻이다. 

김 당선인은 24일 KBC 광주방송 라디오에서 경기도 지방선거 결과에 관해 “(경기도민들이) 협치와 토론을 해보라고 하신 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이 경제관료 출신으로 국민의힘이 영입을 고려할 만큼 정치적 색채가 옅다. 민주당에 입당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치를 시도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는 정치 성향에 따라 논쟁하기보다는 일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는 것을 중시하는 실용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김 당선인은 정치적 측근을 기용하던 관행을 깨고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을 도청 일반 공무원 내부 공모로 선발했다.   

또 김 당선인은 지난 3일 선거캠프 해단식 직후 다산 정약용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도민을 위한 길이라면 상대 후보 생각이든 제 것이든 상관없다는 정신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24일 KBC 라디오 백운기의 시사1번지에 출연해서는 “중앙정치가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경기도에서 ‘협치모델’을 만들겠다”며 “진영 논리, 당파 논리가 아니라 그걸 뛰어넘는 논리로 도민과 도정에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당선인의 의지에도 ‘김동연표 협치모델’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 당선인은 7일 김성원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을 만나 국민의힘 측 인사 2명이 인수위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국민의힘 중앙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후보인 김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협치가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김 당선인이 경기도지사로서 '협치'를 하면서 이재명 의원과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주목된다. 

이 의원과 김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단일화를 이뤘다. 6·1 지방선거에서도 이 의원이 자신의 선거조직을 김 당선인에게 넘겨 준 것으로 알려지는 등 두 사람의 협력관계는 이어져왔다. 하지만 김 당선인이 여당과 협치를 강화할수록 잠재적 대권 경쟁 후보로서 이 의원과 차별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인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부·여당과의 협치를 통해 1기 신도시 재정비, GTX노선 개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 주요 공약을 실현한다면 그의 대권 도전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28일 월간중앙에서 “향후 민주당 안에서는 이 의원이, 당 외부에는 김 당선인이 각각 존재감을 드러내며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며 “이념이나 정치적 색깔 대결보다는 성과 위주 경쟁을 통한 민주당 내 대권 판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