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디젤차량 배기량 조작 의혹, 이른바 '디젤게이트'와 관련한 독일 검찰의 현지 사무소 압수수색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5월까지 시장점유율 10%를 보이며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판매량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디젤게이트 수사 결과에 따라 자칫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기아 '디젤게이트'로 유럽 입지 흔들리나, 전기차는 탄탄대로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왼쪽)과 기아 EV6.


다만 이번 독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2015년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관련 후속 수사 성격으로 관측되는 데다 아이오닉5 등 전용플랫폼 전기차가 유럽에서 극찬을 받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큰 위기에 몰리진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가 진행한 비교평가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벤츠, 아우디 등 현지 자동차 브랜드 전기차를 제치고 가장 경쟁력 있는 차에 이름을 올렸다.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는 아우토 빌트와 아우토 자이퉁 등과 함께 독일 3대 자동차 매거진으로 꼽힌다. 독일은 물론 유럽 전체에서 영향력을 확보한 매체기도 하다.

이번 평가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칭찬을 거론하며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조명한 직후에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아이오닉5는 앞서 3월 아우토 빌토의 비교평가에서도 독일 아우디 등을 제치고 가장 경쟁력 있는 전기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아의 EV6도 유럽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NCA에서 최고 등급을 최근 받는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올해 각종 유럽 주요 자동차 시상식을 휩쓸다시피 하며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독일에서 디젤 차량 배기량 조작 의혹과 관련해 현지 사무소가 압수수색을 당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는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전기차를 향한 현지 주요 매체의 이런 극찬은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데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지난 28일(현지시각) 현대차·기아의 독일과 룩셈부르크 현지사무소 8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독일 검찰이 과거 폴스크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 이후 글로벌 부품업체인 보쉬와 델파이의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수사하다 이들의 납품처 가운데 하나인 현대차그룹으로 불똥이 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2015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당시에도 독일 검찰의 조사를 받았지만 현대차그룹의 디젤 차량에서 배기가스 조작이 확인된 일은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유럽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압수수색이 벌어진 게 아니냐는 시선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5와 EV6를 앞세워 ‘세계 올해의 차’와 ‘세계 올해의 전기차’, ‘독일 올해의 차’, ‘영국 올해의 차’, '2022 유럽 올해의 차'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를 향한 이런 호평은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 유럽에서 45만4563대 팔았다. 2021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시장의 규모가 1년 전보다 12.9% 감소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증가는 의미가 크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유럽시장 점유율 1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폴크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그룹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3위에 해당한다.

현대차그룹을 향한 독일 검찰의 수사가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지만 않는다면 전기차를 향한 호평을 바탕으로 유럽시장에서 판매 호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사 단계여서 예단할 순 없다"면서도 "현대차와 기아가 2015년 디젤게이트로 폴크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브랜드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문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점에서 디젤차에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