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가전 LG전자 '틔운' 개발기, 노하우 얻으려 아프리카까지 뒤졌다

▲ LG전자 식물재배기 '틔운' 모습. < LG전자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는 세계 가전시장의 최강자로 꼽힌다.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등을 모두 다 잘 만든다. 이런 가전기술을 한 곳에 다 모은 신가전이 바로 식물재배기 틔운이다. 

틔운은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가전이 아니다. 단순히 채소만을 키우는 기존 식물재배기에 머물지 않는다. 꽃을 포함해 반려식물을 키우면서 인테리어 효과까지 볼 수 있다. 

LG전자는 기술에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을 더해 삭막한 도심 속 사람들의 마음까지 치유하겠다는 뜻을 담은 제품이 바로 틔운이라고 소개한다.

28일 LG전자에 따르면 틔운은 가전분야에서 첫 시도였던 만큼 탄생하기까지는 2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개발 초기에는 제품을 사용할 때 잎이 어느 정도 성장해야 ‘자랐다’고 표현할 수 있는지를 비롯해 품질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코넛 껍질을 분쇄해 토양 베이스를 만들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지만 처음 시도하는 낯선 영역인 만큼 새롭게 습득해야 할 지식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틔운 개발팀은 신개념 가전인 식물재배기라는 낯선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아프리카나 인도양에 있는 해외 국가들을 찾아 조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개발에 참여했던 임기영 LG전자 책임연구원은 “LG틔운은 가전업계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제품이어서 씨앗 키트(식물이 자라는 토양 기능을 하는 그릇)부터 제품 소재까지 모두 처음 개발해야 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식물생장에 필요한 토양 등을 직접 공부하기 위해 스리랑카나 에스토니아와 같은 국가를 찾아갔다”며 “현장에서 토양이 만들어지는 공정부터 관리방법까지 배웠다”고 덧붙였다. 

이런 LG전자 틔운 개발팀의 노력은 풍부한 기술관련 특허로도 드러난다.

특허청에 따르면 LG전자는 2016년~2020년 사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식물재배기 관련 특허(22건)를 받은 기업으로 파악된다.

전자업계에서는 틔운을 놓고 고객을 생각하는 LG전자의 ‘고객가치 경영’의 성과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조사를 한 결과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식물을 죽였던 경험이 있어 주저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그런 고객들이 다시 식물과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구상한 끝에 키움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힐링 가전 LG전자 '틔운' 개발기, 노하우 얻으려 아프리카까지 뒤졌다

▲ LG 씽큐 앱과 연동되는 'LG 틔운 미니' 모습. < LG전자 >

LG전자는 식물을 키우면서 이와 같이 마음 아픈 경험을 했던 고객들을 위해 식물재배 초보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전기술을 총동원했다.

집안에 두어도 낮과 밤에 따른 자연의 온도 차이를 그대로 조성할 수 있도록 한 '자동 온도 조절 시스템'은 LG 디오스 냉장고에서 뽑아낸 대표적 기술로 꼽힌다.

LG 디오스 냉장고에 적용되는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활용해 단순 온도 제어뿐만 아니라 밤과 낮을 구분한 정밀한 온도제어가 가능하다. 

LG 휘센 에어컨의 공조기술을 통해 실내에서도 식물이 원활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바람을 구현한 것도 틔운에 사용된 주요 기술이다.

아울러 LG 퓨리케어 정수기의 급수 제어기술도 활용돼 식물뿌리의 호흡을 돕는 데 기여했다.

일반적으로 뿌리가 물에 다 잠겨있는 상태에서는 물속에 있는 산소의 농도만으로는 식물의 호흡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8번 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순환급수 시스템을 갖춰 식물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또한 틔운에는 LG씽큐 앱과 연동하는 기술도 더해져 앱에서 물의 수위나 온도가 식물이 생장하는데 적합한 상황인지를 확인할 수도 있게 했다.

틔운은 고객을 생각한 LG전자의 고민의 결과이자 기술력의 응집체인 셈이다.

LG전자의 틔운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출시된 뒤 올해 3월 신제품 ‘LG 틔운 미니’로 상품 범위를 넓혔다. 좁은 공간에서도 반려식물을 키우려는 고객들의 요구사항(니즈)을 반영한 것이다.

LG틔운 미니는 올해 초 사전판매 물량(1천대)이 6일만에 모두 소진될 정도로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틔운의 성과를 키워나가기 위해 구독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좀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손쉽게 반려식물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삭막한 사회 속에서 심신을 달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반려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반려식물과 인테리어가 접목된 제품들이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드는 소재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