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표 선사인 HMM과 팬오션의 올해 하반기 실적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2분기를 정점으로 실적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원자재 대란'에 하반기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선사 하반기 '실적 기상도', HMM '흐림' 팬오션 '맑음'

▲ HMM의 컨테이너선인 ‘HMM 드림(Dream)호’, < HMM >


24일 국내 해운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을 두고 증권업계와 해운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선사들은 해운운임 강세에 지난해와 올해 1분기까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HMM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조148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209% 늘었다. 

팬오션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691억 원을 거뒀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5.8%가 증가했다. 

2분기까지도 코로나19 위기 여파가 이어지면서 이같은 해운운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하반기 해운운임을 두고서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해운사업은 크게 컨테이너선 사업과 벌크(건화물)선 사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컨테이너선은 주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들을 커다란 컨테이너에 실어 나르고 벌크선은 유연탄이나 철광석 등 원자재를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싣고 수송한다.

국내에서는 HMM이 대표 컨테이너선사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최근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아 컨테이너 수요가 감소하며 2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물동량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을 부추긴 미국의 항만 적체 현상도 해소됐다. 

10일 기준 미국 LA항만과 롱비치항만에서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의 수는 20척으로 줄었다. 올해 1월9일 대기선박이 109척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수준으로 급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전체 가동 중인 항만이 조만간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및 하강 압력으로 하반기 컨테이너 수요 전망이 불확실하고 단기(스팟) 운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컨테이너선 운임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1월28일 5010.36포인트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5월에는 4147.83포인트까지 내려갔다. 
 
국내 대표 선사 하반기 '실적 기상도', HMM '흐림' 팬오션 '맑음'

▲ 팬오션이 운용하는 벌크선. <팬오션>


반면 벌크선 운임은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 

팬오션은 국내 최대 벌크선사다. 

벌크선의 운임 강세를 전망하는 근거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자재 대란이다. 

원자재 부족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원자재를 확보를 위한 물동량이 크게 증가해 벌크 운임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적으로 원자재난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벌크선 운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유럽은 그동안 파이프를 통해 천연가스 등의 원자재를 러시아로부터 받아왔지만 전쟁때문에 선박 등을 통해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선박들의 운항거리가 길어지면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벌크선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 블록화가 나타나면서 장거리 수송이 증가하는 등 운항 거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벌크선 시황 호조의 주요 원인이다”며 “이는 단순 일회성 이슈가 아닌 구조적 변화다”고 바라봤다. 

2023년부터 시작되는 선박 환경 규제도 벌크선 운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선박 환경 규제가 시작되면 노후 선박은 띄울 수 없기 때문에 선박 공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공급이 부족하면 운임은 상승하게 된다. 

팬오션은 선대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중고선을 매입했을 뿐만 아니라 1년 이상의 용선(선박을 빌리는 것) 계약을 통해 올해 1분기에 선대 규모를 263척까지 확대했다. 팬오션은 지난해 1분기에는 221척을 운용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건화물선 시장은 지난해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가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지금까지 신규 투자가 부진하다”며 “발주 잔량 비율은 역대 최저치이고 향후 선박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노후 선박 해체가 재개된다”고 바라봤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