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세 급락으로 가상화폐 ‘민낯’ 드러나, “안전자산과 거리 멀다”

▲ 비트코인 가상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최근 일제히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가상화폐가 안전자산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오히려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과 증시 악화 등 거시경제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위험자산으로 투자자들에게 더 강하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포스트는 24일 영국 투자자문기관 로레사어드바이저 소속 니콜라스 스파이로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가상화폐의 시세 붕괴가 근본적 가치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금과 같이 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안전자산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들어서 크게 어긋나고 있다는 것이다.

스파이로 연구원은 가상화폐가 이제 막 주류시장으로 진입하려던 과정에서 최악의 순간에 시세 급락을 경험하게 됐다고 바라봤다.

가상화폐가 높은 시세 변동성 등 약점을 극복하고 주류시장에 자리잡는 일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시세는 현재 3월 말과 비교해 약 55% 하락했고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7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천억 달러(약 1167조 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셈이다.

스파이로 연구원은 최근 가상화폐 시세의 급격한 하락이 몇 가지 시사점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우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투자자산으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급격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안전자산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대신 오히려 시장 변화에 가장 큰 악영향을 받고 있는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로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이 일반적으로 지니고 있는 성격을 최근에 모두 보여주고 있다”며 “경제 성장 둔화와 시장 변화에 극심하게 큰 영향을 받는 자산”이라고 바라봤다.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장기간 가상화폐 시세 약세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심화에 교훈을 얻고 앞으로 위험성이 큰 투자 대상보다 안전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가상화폐가 주목을 받는 일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아직 실제로 화폐처럼 이용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고 가상화폐 채굴과 관련한 환경 문제가 갈수록 활발하게 거론되는 점도 앞으로 시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파이로 연구원은 “가상화폐가 탈중앙화된 화폐라는 환상은 이미 깨졌다”며 “가상화폐 시장 환경은 매우 중앙통제적이기 때문에 규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그동안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매수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었다는 점도 앞으로 비트코인 시세 반등에 걸림돌로 지목됐다.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은 시장을 더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이들이 한꺼번에 자산을 매도하고 시장에서 빠져나간다면 시세 회복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전 세계 여러 국가의 태도가 각자 다르다는 점도 앞으로 시세 불확실성을 계속 키울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스파이로 연구원은 “가상화폐는 위험자산의 특징을 보이는 가운데도 꾸준히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디지털자산이 갖춘 잠재력과 시세 반등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