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백신 NFT' 경매 등장, 바이오업계 투자금 모집 새 창구될까

▲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발행하는 mRNA NFT가 크리스티를 통해 7월15~25일 온라인 경매에 부쳐진다. <크리스티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대체불가토큰(NFT)을 거래하고 소유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NFT 적용 범위도 미술작품, 게임, 음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화장품 등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비교적 NFT와 연관이 적은 것으로 여겨지던 제약바이오업계에도 'NFT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관련 NFT가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제약바이오기업이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기업공개나 기관투자자 투자 유치 이외에 새로운 자금 모집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글로벌 경매회사 크리스티 홈페이지를 보면 ‘mRNA NFT-새 시대를 위한 백신(Vaccines for a New Era)’이 온라인 경매 매물로 올라왔다.

NFT의 발행 주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는 코로나19에 핵심적 역할을 한 드루 와이스먼 교수와 함께 NFT를 디자인했다.

와이스먼 교수는 커털린 커리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겸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과 함께 mRNA를 지질나노입자(LNP)로 감싸 인체에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화이자, 모더나 등이 코로나19 mRNA 백신을 상용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와이스먼 교수와 커리코 교수는 이런 공훈을 인정받아 기초의학을 발전시킨 의학자에게 주어지는 미국 ‘래스커상’, 백신 연구개발에 기여한 인물을 위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박만훈상’ 등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와이스먼 교수의 경력이나 NFT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새 시대를 위한 백신’은 mRNA 백신과 관련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mRNA 백신이 면역체계를 보호하는 모습을 담은 3D 애니메이션, 펜실베이니아대가 소유한 mRNA 특허 문서 이미지, 와이스먼 박사가 mRNA 플랫폼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작성한 서신 등이 담겼다. 

펜실베이니아대가 NFT를 비롯한 자체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인류 의학 발전에 의미가 큰 콘텐츠이면서 NFT로서 제한된 수량이 발행된다는 희소성을 고려하면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티는 ‘새 시대를 위한 백신’ 경매를 7월15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다. 펜실베이니아대는 NFT 경매 수익금을 의대 등에서 진행하는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의 낙찰가와 참여 인원 등은 앞으로 제약바이오기업이 NFT를 활용하는 데 참고할 만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NFT 발행을 통해 자금 모집이 가능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신생 제약바이오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은 시리즈A~C 등 기관투자자 모집, 기업공개(IPO) 등이다. 다만 기술이전 등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기업일 경우 외부 투자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공개는 최근 기술특례상장 평가가 점점 까다로워지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시장 투자 열기가 이전처럼 뜨겁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대의 사례처럼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앞세워 NFT를 발행하게 된다면 비교적 자유로운 자금 모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자 위주로 진행됐던 기존 투자와 비교해 개인투자자에게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멀리 내다보면 NFT를 바탕으로 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기업이 NFT로 발행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약개발 성과를 거두면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NFT 가치는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이는 NFT 거래 활성화로 연결돼 자연히 더 많은 자금 유입, 후속 NFT에 대한 수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NFT 자체는 아직 투기적 성격이 강하고 자산가치의 지속 여부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발행이나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NFT 활용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경남제약이 최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정도다. 

경남제약은 자회사 경남제약스퀘어를 통해 올해 6월 유통플랫폼 ‘노머니마켓’을 선보였다.

소비자는 노머니마켓에서 경남제약 영양제 레모나 등 물건을 사면 NFT를 받게 된다. 이 NFT는 다시 제품 구매에 사용하거나 경남제약스퀘어가 발행하는 가상화폐 ‘레몬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