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을 놓고 국책은행 노동조합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일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책은행들의 지방이전을 허용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해 주목된다.

다만 정치권에서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고 법안을 발의한 여당과 야당 의원들도 이전지역에 관해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입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책은행 지방이전 법안 두고 정치권 셈법 복잡, 국회 통과 미지수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21일 금융권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책은행들의 지방이전을 담은 법안들을 각각 발의해 놓고 있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명의 의원들과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의 지방 이전 근거를 담은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 의원은 2월에도 이들 법안을 발의했었으나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한 의원이 법안 철회 의사를 보여 이번에 다시 발의했다.

이번 법안에서 시선을 끄는 부분은 기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만 이뤄졌던 발의자에 국민의힘과 기본소득당 의원이 1명씩 참여했다는 것이다.

또 앞선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서울과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발을 빼고 경남과 전남, 대전, 제주지역 의원들은 그대로 발의자로 남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책은행을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데 부담을 느낀 수도권 의원들이 법안 발의자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산업은행 본점의 지방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이미 발의한 상태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1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1월에 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4월에 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책은행 지방이전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지방 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두관 의원은 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이유서에서 “지역 소멸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국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한정해 위치하도록 하는 구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며 “균형발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도 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이유서에서 “지방 소멸을 방지하고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이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에 반대하며 서울을 국제 금융중심지로 성장시키는 전략에 힘을 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방이전을 찬성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도 국책은행을 어느 지역으로 이전하느냐에서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합의점 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각 국책은행들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만 둘 수 있다는 규정을 ‘대한민국’으로 고쳐 지방 어디에나 둘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병수 의원은 윤 대통령이 부산을 국제금융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어느 지역에 가야하는지의 문제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여당과 야당 사이의 동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에 찬성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정책을 따른다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다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지방이전 법안에 찬성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비슷한 취지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할지는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더 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