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내부 모임인 ‘민들레’가 오는 15일 발족을 예고했다. 참여의사를 밝힌 의원만 30여 명인데 장제원 의원을 포함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대다수로 파악된다.

민들레 참여 의원들은 정부의 성공을 위한 당내 모임이라지만 안팎에서 이번 모임을 시작으로 친윤계 의원들의 세력확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에 피는 '민들레', 윤석열정부 성공 이끌까 계파갈등 씨앗 될까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의 싸움으로 당이 갈라진 경험도 있어 계파정치를 향한 우려가 더욱 큰 모양새다.

10일 민들레 발족을 앞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대 연계 기능을 담당하는 공조직은 이미 구성돼 있는데 그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은 사조직이다”고 말했다.

그는 “당정대 간 공식 통로로서의 연결기능을 누가 부여했으며 그 부분은 정(정부)이라고 할 수 있는 총리와 상의가 된 것인가”라며 “상의가 됐다면 야당 공격을 유발할 수 있고 상의가 되지 않았다면 해당 집단의 희망사항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하게 된 건 대통령에게 가까워지려는 사람들과 거기서 배제된 사람들 사이 갈등 탓이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과 그 이후에도 그런 게 당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았냐”며 “굉장히 줄을 잘 서는 분들이 당의 체계를 무너뜨리려다가 결국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할 때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친박과 친이의 갈등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를 과시하듯 총리, 장관 이름을 들먹이며 이야기하는 건 정부를 향해서도 부당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며 “‘친윤모임’이라 부르는 것도 친박, 진박 논란으로 정권을 잃어버렸던 지지자와 국민에게는 상당히 상처를 주는 발언이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도 10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의 공식 당정협의체가 이미 있는데 국민이 오해할 수 있는 별도의 모임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공부 모임은 장려해야 한다”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계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권 원내대표도 과거 계파갈등을 언급하며 정권연장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 의도가 있다면 앞장서서 막겠다고도 했다.

그는 “과거 박근혜정부 때나 이명박정부 때도 이런 모임들이 있었다”며 “결국 이게 당의 분열로 이어져서 그 다음 정권연장 실패로 이어진 예가 많고 당이 몰락한 경우가 많이 있다”고 우려했다.

민들레는 ‘민심 들어 볼래(레)’의 약자로 곳곳에서 민심을 파악한 뒤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지는 오픈 플랫폼 형식의 모임이다.

모든 의원들에게 열려있으며 한 달에 1회씩 조찬을 진행하며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통령실과 각 부처 관계자들에게 여론을 전하고 함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윤핵관(윤석열측 핵심 관계자)의 대표 격인 장제원 의원 외에 김정재·송석준·이용호·이철규·박수영·배현진 의원 등이 민들레 모임의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파벌 형성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과거부터 계파갈등으로 당이 쪼개진 적이 있을 정도로 몸살을 앓아 왔다. 특히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경선이 열린 2007년에는 계파싸움이 극에 달했다.

당시 역대 최고의 계파싸움이라고 불릴 만큼 친박계와 친이계의 신경전이 치열했고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친이세력이 당권을 잡게 됐다.

이듬해 열린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친박계 의원이 공천에서 무더기로 탈락하며 ‘공천학살’ 논란이 불거졌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이 별도로 친박연대를 창당해 14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상황은 반대가 됐다.

친박을 넘어 진박(진짜 친박)이 등장하며 당내 갈등이 심화됐고 결국 비박계였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진박 공천을 막겠다’며 공천 후보자 추천서에 날인을 거부하고 본인의 지역구로 떠난 ‘옥새파동’이 발생했다.

다만 친박-친이 계파갈등과 현재 양상은 다소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이 있어 양대 세력을 형성한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친윤계에 대항할 세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견제할 방편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친윤계가 당을 장악하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들레 모임의 중심에 선 장제원 의원은 당 분열 우려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들레모임 발족을 철회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장 의원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인데 ‘당 분열’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조직이라고 지적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당정대 모임’으로 운영방식과 취지가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