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논의하겠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첫날인 8일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했을 때 노조원들이 입구를 막고 부산 이전에 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강석훈 출근 첫날부터 노조 반발, 산업은행 '부산행' 난망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강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특보로 활약해 정부의 국정과제로 꼽히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한국산업은행법의 개정도 필요한 사안이라 강 회장이 부산행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8일 산업은행 안팎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강 회장이 부산 이전에 관한 명확한 반대의견을 내놓을 때까지 출근 저지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산업은행 노조원 30~40명은 강 회장의 출근을 막아섰다.

노조가 강 회장을 윤석열정부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추진과 관련해 특명을 받고 온 ‘낙하산 인사’라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노조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기 위해 윤 대통령의 정책특보로 활동하며 새 정부의 정책 이해도가 높은 강 회장을 낙점한 것이라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강 회장이) 본점 지방이전 미션을 부여받고 온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며 “우리가 그의 산업은행 출입을 단 한 발짝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더욱 분명하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전날 산업은행 회장에 지명된 직후 윤 대통령의 재가로 바로 임명됐지만 산업은행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로 이날 취임식조차 열지 못했다. 

과거 윤종원 IBK기업은행장도 강 회장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투쟁을 겪은 적이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은 강 회장과 달리 임원 선임문제로 충돌했기 때문에 노동조합과의 타협이 가능해 한 달여 만에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같은 국정과제 사안은 아니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하기 쉽지 않고 산업은행 노동조합도 이 문제를 놓고 물러설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상당기간 노동조합과의 대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며 “강 회장이 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해주겠다고 얘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강 회장은 외부적으로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한국산업은행법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규정을 수정해야 하는데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 회장이 국회의원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험을 살리면서 정치력을 발휘해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강 회장은 7일 배포한 취임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산업은행 모든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금융·경제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정책금융 전문가다. 

1964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난 강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박근혜정부 시절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1997년부터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 때 국민의힘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후보정무실장과 대통령 당선인 정책특보를 역임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