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꺼내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지방선거 승부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이 총공세를 펴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의견이 엇갈리면서 자칫 이재명 위원장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 지방선거 막판 변수로 떠올라, 이재명 자충수 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꺼내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지방선거 승부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은 5월31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모습. <연합뉴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재명 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꺼내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때리며 연일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이라고 말하지만 원주 청주로 가서 비행기를 타라고 하는 것은 사실 김포공항 폐항"이라며 "수도권 주민들이 제주도를 찾는 것도 어려워지지만 제주도민들이 수도권을 방문할 때도 상당한 불편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기도망지사' 이재명 후보가 김포공항마저 도망가게 하고 있다"며 "'김포에서 인천까지 10분이면 간다', '대형여객기 수직이착륙 시대'라는 등 허언증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포공항 이전은 공약이 아니라 장기과제로 검토하자는 협약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라는 취지의 질문에 "공약과 협약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후보가 나와서 김포공항을 없애버리겠다고 말한 것은 말장난이냐"고 꼬집었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직접적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데다 제주지역 관광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은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수도권을 비롯해 제주 등 약세 지역의 판세를 흔들 호재로 보고 화력을 쏟아붓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제주지역 관광 산업뿐만 아니라 물론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의 생활권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파고들면서 반대 여론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다. 대선 직후 치르는 지방선거인 만큼 여당 프리미엄에 공항이전 반대 여론을 더해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굳히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30일 김포공항에서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막판에 이를수록 점점 더 민생을 챙기고 지방행정을 다룰 시간에 김포공항 이전 이슈에 모든게 함몰됐다"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피땀흘려 일하는 서민에겐 이 정책 논쟁이 얼마나 허망한 논쟁으로 비춰지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페이스북에 "김포공항이 없어지면 부산도 직격탄을 맞는다"며 "인천이나 원주를 경유해서 가라니 공항의 존재 이유와 경쟁력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계양을에 출마한 이 위원장과 송영길 후보는 27일 김포공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합 이전해 인천 계양과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일대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과 수도권, 제주까지 연결된 초대형 지역 이슈를 놓고 더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는 쪽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위원장의 발언의 무게가 상당하지만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관련 지역 민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일대오를 형성한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이 이 위원장과 엇박자를 내는 이유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중앙당 차원의 공약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과 관련해 "(대선 때) 여러 가지로 분석해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현재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포공항 이전은 제주도 관광산업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 제주도당에서도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훈 후보는 31일 제주대학교를 방문해 "김포공항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방을 고려하지 않은 수도권 중심 논리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다급해졌기 때문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위원장이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명분은 지방선거 지원을 위해서였는데 막상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위원장이 막판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의 숙원사업인 고도제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로 김포공항 이전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김포공항을 드나드는 항공기들은 인천 계양구 상공을 낮게 날아 김포공항에 이착륙한다. 이 때문에 계양구 주민들은 소음 피해와 고도 제한에 따른 개발상 불이익을 문제로 제기해왔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0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당선되기 어렵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니까 김포공항 이전 이슈를 들이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계양을 후보이기도 하지만 민주당 선거 전체를 총괄한다"며 "(김포공항 이전은) 계양을 후보 입장에서만 한 얘기인데 민주당 선거 전체에 파급효과가 어떨지를 아예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