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의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관비선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의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새 정부 인사 논란 꼬리 물어, 윤석열 정면돌파와 비판여론 수용 갈림길

윤석열 대통령이 5월12일 서울사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동성애 혐오 발언 및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의 거취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대통령실은 논란이 된 김 비서관의 각종 발언들을 놓고 비서관 임명 전의 일이라며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반면 이날은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말하며 한걸음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김 비서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여론 흐름을 보고 해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비서관은 2019년 '동성애는 정신병의 일종'이라는 글,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화대'라 표현한 글 등을 실었다가 페이스북으로부터 여러차례 활동 중단 조치를 받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김 비서관은 자신의 과거 발언에 사과했는데 이 과정에서 "동성애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 일정한 치료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김 비서관은 지난해 3월 인터넷매체 '제3의길'에 "조선시대 절반의 여성이 성 노리개였다"고 쓴 글이 전날 저녁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이날 페이스북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여성 인구의 절반이 언제든 주인인 양반들의 성적 쾌락의 대상이었던 것"이라고도 썼다. 성 노리개라는 표현을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 풀어 쓰면서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이시원 공직기관비서관도 과거 행적을 고려할 때 인선이 적절치 않다는 시선이 있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서 국정원의 조작을 묵인하고 동조했던 사람을 통해 공직기강을 세우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 비서관은 2012년 검사 재직 시절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유우성씨를 수사했다. 이후 유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제출한 출입경 기록 증거가 조작됐다는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이 비서관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만 증거 검증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과거 논란 불똥은 장성민 정책조정기획관에게도 옮겨붙었다.

2013년 장 기획관이 진행하던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최근 장 기획관이 내정된 뒤부터 이같은 과거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당시 장 기획관은 "역사는 반드시 이 부분과 관련된 진실을 밝혀야 하고 그 진실은 객관적이고 입증할 수 있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며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시민들이 빨갱이·폭도·간첩으로 매도된 데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탈북자들의 직간접적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등의 발언도 했다.

이후 TV조선은 이 방송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와 관계자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밖에 주진우 법률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등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들이 비서진에 포함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향한 시선도 따갑다. 과거 세월호 보고 시각 조작 사건으로 고발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후보자는 세월호 보고 시각 조작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내려져 인천공항에서 체포됐었다"며 "참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지검장 시절 세월호 보고 시각 조작사건 수사의 책임자였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를 국정원장에 내정한 점에서 이번 인사를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국정원장 임명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또다시 여야 충돌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새 정부의 여러 인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호 안건으로 한덕수 임명동의안에 서명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이날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 번 내린 인사결정을 쉽게 거둬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바뀌지 않는다면 대치 정국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이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창양·이영 후보자는 국민눈높이에 한참 부족하지만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협조 차원의 대승적 결단으로 보고서를 채택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부적격 장관 임명 강행은 더불어민주당이 내민 협치의 손을 뿌리치고 독불장군이 되겠다는 자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