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관계자는 12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테라파워를 포함한 소형모듈원전(SMR) 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검토 초기 단계일 뿐, 투자 주체나 대상, 규모 등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와 에너지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수백억 원을 투자해 테라파워 지분 1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6년 3500만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소형모듈원전 기업이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용량 300MW(메가와트) 이하로 원전 핵심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을 하나의 원자로 용기에 담은 일체형 원전을 말한다.
모든 장비가 원자로 안에 다 들어가는 일체형이어서 공장에서 사전제작이 가능하며 원자로 자체는 수조 안에서 작동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소형모듈원전은 전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대사고 발생 확률이 기존 원전과 비교해 1천분의 1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테라파워는 우라늄 대신 토륨을 사용하는 소형모듈원전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륨은 자체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동안 우라늄과 비교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토륨은 가속기를 통해 중성자를 계속 공급해야 핵분열을 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 자동적으로 중성자 공급이 중단되면서 핵분열 반응이 멈춘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최근 우라늄보다 훨씬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각되고 있다. 매장량도 천연 우라늄의 4배에 달하며 핵폐기물 발생량도 적다.
테라파워는 2024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급 소형모듈원전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히타치의 합작사인 ‘GE히타치핵에너지’와 손잡고 현재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테라파워와 GE히타치핵에너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회장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 필요하다는 빌 게이츠의 생각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최 회장은 탄소중립을 기업의 생존 문제로 보고 있다.
그는 2021년 4월 ‘탄소중립 산업전환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탄소중립은 시대적 요구로 당장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성세대인 정부, 기업, 전문가뿐 아니라 벤처기업이나 미래세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플랫폼에 참여하게 해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그동안 수소에너지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SK는 2021년 1월에 수소 생산장비 전문기업인 플러그파워 지분을 SKE&S와 공동으로 사들였고 6월에는 청록수소 생산기술을 보유한 미국 모놀리스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모두 18조5천 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SKE&S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수소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소에너지로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그 전 단계에서 소형모듈원전이 탄소중립을 앞당길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원전에서 얻은 전기로 수소를 대량생산하는 ‘그린수소 생산’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올라 소형모듈원전과 수소산업의 시너지도 커질 수 있다.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은 2021년 4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 국회포럼’에서 “소형모듈원전을 이용하면 섭씨 600~800도에 달하는 증기를 이용해 훨씬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며 “소형모듈원전에서 발생하는 증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