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돌고돌아 보수 본진 국민의힘에 정착, '새정치' 실험도 마침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를 고사한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총리를 맡지 않고 정당 활동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10년에 걸친 '새정치' 행보 끝에 결국 3지대가 아닌 보수정당 정치인의 옷을 입게 된다. 소속 정당의 성향이나 지지세력 등 여러 면에서 달라지는 만큼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안 위원장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며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합당이 마무리 되는대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민주진영과 접점을 두고 정치를 시작했으나 10여 년만에 보수정치의 '본진'인 국민의힘 품에 안긴 것이다.

안 위원장이 2012년 9월 정치권에 입문할 때 그의 ‘새정치’가 어느 진영으로 향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보수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안 위원장 영입을 바라던 이들도 있었지만 안 위원장은 보수진영과 거리를 뒀다.  

결국 안 위원장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했다. 그러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구태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 뒤에도 안 위원장은 2014년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격적으로 합당에 합의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어 민주진영에서 정치활동을 펼쳤다. 

안 위원장이 민주당과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문재인 대표 체제와 갈등을 빚으면서부터다. 결국 2015년 서울 노원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2016년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을 창당한 뒤 안 위원장은 ‘제3세력’, ‘극중주의’를 언급하며 독자노선을 걸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으나 21.41% 득표로 3위에 그쳤다.

보수진영과 안 위원장의 본격적 접점이 생긴 것은 2017년 대선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을 논의하면서부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안 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탈당파들과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다만 이때 바른미래당은 중도보수를 지향하며 민주당과 문재인정부는 물론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도 비판했다.

그러다 2022년 대선에서 안 위원장은 ‘반 문재인정부’와 ‘정권교체’라는 가치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며 공동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현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머지 않아 두 당은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합당 이후 당명은 알 수 없으나 두 당의 규모와 세력 등을 볼 때 국민의힘 쪽 색채가 짙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합당이 마무리되면 안 위원장은 보수정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노선과 가치 등을 새로 정립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기 위해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수위원회 이후 자신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당의 지지기반을 넓히고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에 공 하겠다”며 “국민의힘은 예전에 일부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인식돼 있는데 그런 인식과 행동까지도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 내에서 개혁보수로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시선이 떠오른다.

대표적으로 사드 추가배치 문제나 다당제 개혁 추진 등 대선과정에서 국민의힘과 부딪혔던 의제들이 있다. 기존에 강경했던 국민의힘 태도와 결이 다른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때 안 위원장의 외교안보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주재우 교수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드 추가배치는 이미 이뤄졌고 괜한 말로 (중국을) 자극하면 안 된다”며 “중국과 대립하며 갈 필요가 없는데 누군가 강경한 외교안보 방향에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다당제 개혁의 시작이라며 요구하고 있는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꾸준히 다당제의 소신을 보여왔던 만큼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어떤 의견을 낼지도 관심사다.
 
안 위원장에게 남은 정치적 목표는 대권 재도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 불출마는 물론 내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결국 국민의힘 당권을 잡은 뒤 차기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안 위원장은 당권 도전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이준석 대표 임기가 내년까지이니 당장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 대표 임기가 끝날 때) 판단할 생각이며 1년 동안에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생길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안 위원장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당권을 차지해 정당을 운영하고 자신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지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는 정당을 운영하는 데에 많은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시작으로 바른미래당, 국민의당 등 안 위원장이 창당하거나 대표를 맡은 정당 모두 오래 존속되지 못했으며 당 내부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안 위원장은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하더라도 두 당이 의석 수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내 소수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 위원장이 당장 당권을 노리지 않고 1년 후를 바라보는 것도 어느 정도 세력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것도 국민 여론은 좋았지만 당내 조직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국민의힘은 당대표선거에서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종합해 결과를 낸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위원장이 내년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때까지 사실상 백의종군을 하면서 지지세력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치러지는 총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국민의힘 주류가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될 안 위원장에게 당 대표 자리를 맡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내 세력이 많지 않은 데 국민의힘 개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안 위원장은 “국민들이 이 당은 개혁돼야 한다고 하는 민심이 모이게 되면 정당과 정치인은 거기에 따라서 바꿔질 수 밖에 없다”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고 대답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