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생존’을 위해 조합에 파격적 수주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결국 이것이 나중에 발목을 잡을 악수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각자대표이사 사장.
10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따낼 수 있을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월계동신아파트는 광운대역과 석계역 사이 노원구 월계동 436번지에 위치한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25층, 1070세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으로 예정 공사비는 2826억 원 규모다.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은 기존 예정대로 2월 말 시공사 선정총회를 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 관계자는 “아직 공고가 나가지는 않았지만 예정은 이달 말이 맞다”고 말했다.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 1차 입찰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참여했었다. 그런데 올해 1월24일 2차 입찰에서 코오롱글로벌이 참전하면서 수주경쟁을 벌이게 됐다.
월계동신아파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고 있는 월계동 광운대역세권개발사업 인근에 자리잡은 단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과 연계 시너지 등을 겨냥해 인근 아파트 재건축 및 재개발단지 사업 수주에도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이미 수주한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을 두고도 불안의 시선들이 생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의 의미가 더욱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경기에 이어 서울 도시정비시장에서 시공권을 따내는 것 자체도 HDC현대산업개발에게는 의미가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면서 경기 안양 관영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광주 아파트 붕괴사건 이후 첫 수주전이라 수주 여부가 업계의 큰 관심 대상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월계동신아파트 2차 입찰과 함께 조합 측에 유병규 대표이사와 전임 권순호 대표이사의 명의를 함께 넣은 공문을 보내며 강한 수주 의지를 보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문에서 “회사의 신뢰와 40여 년 주택명가 명예회복을 위해 기업의 이윤을 과감히 버리고 반드시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또 다른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새로 태어나는 심정으로 월계동신 재건축만큼은 서울 동북부 개발의 중요 랜드마크단지로 재건축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2차 입찰서에서는 안전관리 강화 3단계 과정 신설 등을 포함 안전대책도 크게 보강했다.
또 하자보수 기간을 30년으로 연장, 사업촉진비 즉시 투입, 일반 분양가 일대 최고 수준, 조합원 분양가 인하, 물가상승 및 난공 상황에도 공사비 미인상, 스카이라운지 등 특화설계 적용 등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계동신아파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 재건축 때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업의 이윤을 과감히 버리겠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월계동신에서도 관양현대와 비슷한 수준의 조건들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언제까지 이런 수주전략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우려를 표시하는 시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관양현대 재건축사업에 제시한 조건들을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수주’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런 적자수주가 이어지면 회사의 재무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 1월 말과 2월 초 만기가 도래한 유동화증권 차환발행에 성공하면서 일단 숨이 트였다.
하지만 여전히 올해 상반기에만도 유동화증권 1조5천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따른 손실비용 반영 등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번에 반영한 손실비용은 현재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201동에 관한 추정 손실규모만 반영한 것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재시공 범위, 피해보상 등 관련 협의도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회사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현금 유동성 관련 우려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 보유현금에 더해 지주사 등의 보유자산까지 고려하면 유동성 확보 여력은 충분하다"며 "이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도래하는 유동화 증권의 상당 부분은 공사 진행에 따른 현금흐름으로 상환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사고 현장 재시공과 관련한 추가 비용, 국토부 사고조사 결과가 회사에 미칠 영향, 브랜드 파워 약화에 따른 수주 경쟁력 감소 등이 모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더불어 광운대역세권, 공릉역세권, 용산 철도병원부지 등 올해 추진 예정 개발사업들도 불확실성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백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2022년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보다 각각 23%, 29% 하향하고 목표주가는 기존 대비 53% 낮췄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