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위한 후보 등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말 13~14일 후보 등록이 끝나면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아직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후보가 없는 만큼 단일화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야권 단일화를 고려하고 있지만 당내 반대와 촉박한 시간 등 걸림돌이 많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야권 단일화 산 넘어 산, 이준석 반대 넘고 안철수 설득 6일 남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추진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부정적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단일화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소위 단일화라고 얘기하는 것은 좁은 의미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의미한다"며 "지금 안철수 후보가 놓인 처지나 이런 것을 봤을 때 그런 방식은 가당치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 측과 직접적 소통을 하고 있지 않지만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라든지 이런 것들을 저희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1월 초와 달리 하락세가 완연한데다 현재 안 후보에게 남은 지지층은 보수성향과 거리가 멀 수 있어 단일화를 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측근인 김철근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도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야권후보단일화론은 반문연대(반 문재인 연대)의 변형된 표현일 뿐이다"며 "1등으로 달리고 있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마치 후보단일화 만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김 정무실장은 "여기저기 거간역할을 해 보려는 분들이 나서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도 우리당에게도 후보에게도 정치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일보가 3~6일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와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견을 조사했는데 55명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응답한 의원은 12명이었으며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의원은 16명으로 나타났다. 18명은 의견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 수는 106명으로 구속수감 중인 정찬민 의원을 제외한 105명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해 101명의 응답을 받았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계속 설득하는 입장이고 이준석 대표는 본인의 정치공학적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 말이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으며 정치공학적으로 그럴 수 있다"면서도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는데 국민의 마음은 안전하고 완벽한 정권교체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정책본부장 역시 단일화 여부로 박빙 승부가 갈릴 수 있으니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윤상현 의원도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자강론을 펼칠 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도 6일 원 본부장의 단일화 주장을 "개인 의견일 뿐이다"고 일축했다가 하루 만인 7일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태도를 선회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윤 후보 역시 단일화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윤 후보는 7일 보도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라는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단일화가 진행된다면 조건이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여론조사 방식이 아니라 두 후보의 담판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후보 등록일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도 여론조사 단일화보다 두 후보의 담판협상이 가장 현실성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담판협상과 관련해 윤 후보가 공동정부를 꾸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6월 치르는 지방선거까지 묶어 '단일화 거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안 후보는 여전히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후보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러 나왔다"며 "저는 당선이 목표지 완주가 목표가 아니다"고 단일화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윤 후보가 언급한 후보자 사이 담판 제안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단일화를 고민하고 있지 않다보니 방식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잘라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퍼센트로 본다면 0%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양 당 사이 물밑접촉도 전혀 없는 상황이며 국민의힘에서 공개적으로 단일화 언급을 하는 것은 안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야권 단일화를 위해서는 윤 후보가 이 대표의 반대를 꺾고 당 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급선무로 여겨진다. 지금처럼 이 대표가 안 후보를 향한 적대감을 계속 드러낸다면 다시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8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며 "힘 있는 사람인 윤 후보가 먼저 단일화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