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광주 광천동 재개발사업을 두고 어떤 브랜드를 적용할지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조합의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에 맞춰 디에이치를 내놓거나 힐스테이트로 조합을 설득하는 방안을 두고 최종 검토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광주 광천동 재개발 적극적, 윤영준 디에이치 적용은 '신중'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28일 광천동 재개발조합에 따르면 앞서 지난 21일 입찰을 시작했지만 이날까지 어떤 건설사도 입찰제안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마감은 2월11일이다. 

광천동 재개발조합은 컨소시엄 금지와 함께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는 하이엔드 브랜드로만 제안해야한다는 까다로운 입찰 조건을 내걸었다.

광천동 재개발사업은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670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33층 5611세대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1조1300억 원에 이른다.

앞서 20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GS건설, 포스코건설, 호반건설, 한양건설, 제일건설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만 유일하게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를 내세울지 여부에 따라 나머지
건설사들의 입찰 여부도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광천동 재개발사업 참여를 두고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 적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 광역시의 5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 디에이치를 적용하면 브랜드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워낙 덩치가 큰 대규모 사업인 데다가 현대건설은 올해 4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노리고 있다. 참여 쪽에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

앞서 광천동 재개발조합은 2015년 12월 DL이앤씨 컨소시엄를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이후 아파트 브랜드를 놓고 건설사와 마찰을 빚었다.

조합은 DL이앤씨가 보유한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지난해 5월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조합의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이 광천동 재개발사업에 디에이치로 입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광천동 재개발사업은 5611세대를 짓는 사업인데 현재까지 디에이치가 적용된 곳 가운데 5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과 한남3구역 재개발지역 등 두 곳뿐이다.

반포주공1단지와 한남3구역은 서울 강남과 용산의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만큼 광천동 재개발사업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할 때 입지와 상품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그동안 서울의 한강변 위주로 디에이치 단지를 조성해왔다.

디에이치 브랜드 적용 기준을 보면 서울 외 지역에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6대 광역시 가운데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춘 사업지에서 브랜드 관점, 사업 관점, 상품 관점, 서비스 관점, 시공품질 관점, 사후관리(A/S) 및 고객관리 관점, 분양 관점 등 7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다만 하이엔드 브랜드는 출시 목적에 맞게 희소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데다가 기존 주거브랜드 힐스테이트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 사장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도 디에이치 못지 않은 '파워'를 갖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고잔연립3구역을 수주할 당시에도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내심 바랐지만 디에이치가 아닌 힐스테이트를 적용해 결국 SK에코플랜트를 꺾고 수주에 성공했다.

광천동 재개발사업에 참여 가능한 다른 건설사들은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현대건설로서는 힐스테이트를 내세워 수주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광주 광천 지역 재개발은 당사가 적극적으로 수주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