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창 한미약품 신약개발부문 총괄 대표이사 사장이 신약 기술수출에 따른 결실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2015년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막대한 매출을 거뒀으나 현재는 관련 실적이 미미한 상태다. 권 사장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늘Who] 한미약품 내년 기술수출 수확 바라봐, 권세창 '어게인 2015'

권세창 한미약품 신약개발부문 총괄 대표이사 사장.


7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항암제 포지오티닙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신약들이 이르면 내년부터 해외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지오티닙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시판허가가 신청됐다. 신약 시판허가를 신청한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1년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이 앞서 포지오티닙을 신속 심사 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절차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롤론티스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의 생산시설 실사 등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현지 위탁생산(CMO)업체의 생산시설과 관련해 미비점이 발견돼 올해 8월 재실사 결정이 내려졌다. 스펙트럼은 올해 안에 생산시설 보완을 마치고 다시 실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롤론티스가 이미 11월 국내에서 출시된 만큼 생산시설 실사만 통과하면 미국에서 빠르게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롤론티스가 내년에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사장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들의 해외 상용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과 롤론티스의 허가 및 판매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한미약품에 지불해야 한다고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두 신약의 순매출 기반 기술료(마일스톤)로 책정된 금액만 연간 최대 4억4500만 달러(약 52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한미약품이 과거 ‘기술수출 황금기’에 거뒀던 실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들을 상대로 2015년 한 해에만 기술수출 6건을 달성해 모두 6조 원대 계약을 확보했다. 당시 기술수출에서 발생한 매출은 약 5천억 원으로 한미약품 전체 매출의 38.9%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이후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등과 맺었던 기술수출 계약들이 연속해서 해지되는 악재를 맞이했다. 제약사들은 기술수출 대상이었던 후보물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술수출 성과도 대폭 축소됐다. 2020년 한미약품 기술수출 매출은 16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 수준에 그쳤다.

권 사장에게 포지오티닙과 롤론티스의 사업화를 성공시키는 일은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역량을 인정받기 위한 과제이기도 한 셈이다.

권 사장은 포지오티닙과 롤론티스 이외에 새로운 기술수출 기회를 찾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신약 매출은 시장 상황과 경쟁제품의 등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한미약품처럼 기술수출에 힘쓰는 제약사는 다양한 후보물질과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약품은 앞서 2019년 얀센을 상대로 계약이 해지됐던 신약 후보물질을 2020년 미국 MSD에 새로운 적응증으로 다시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11월에는 캐나다 제약사에 백혈병 치료제를 4억2천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신약 개발의 성과가 2022년부터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권 사장의 기대가 말이 허언으로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다.

권 사장은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약품이 개발한 다수 항암 혁신신약들의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개발 속도가 동시다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부터 그 결실이 하나씩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