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기차배터리용 양극재 고객회사를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꾸준한 증설로 글로벌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이 올라왔지만 아직까지는 주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고 있다. 이에 해외에서 양극재 생산시설을 더 늘려 LG에너지솔루션 외에 다른 고객사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해외에서 양극재 증설 더, 신학철 미국과 유럽으로 고객 다변화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26일 LG화학에 따르면 올해 연말 청주 4공장이 완공되면 양극재 생산능력이 현재 연간 6만 톤에서 8만톤까지 늘어나 유미코어 스미토모 등 글로벌 경쟁사 생산능력에 가까워진다.

다만 청주 4공장이 완공돼도 양극재 생산량의 대부분이 배터리 공장 증설이 활발한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된다. 

이에 따라 신 부회장은 해외 생산시설을 늘려 유럽과 미국 양극재 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양극재 생산능력을 어느 지역에서 더 늘릴지 여러 가지 요소를 점검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지역도 고려대상 가운데 하나로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4대 핵심소재로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 꼽히는데 이들이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이다. 특히 이 가운데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가장 높고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꼽힌다.

LG화학은 2026년까지 전체 양극재 생산능력을 26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양극재의 종류를 다양화할 계획도 세웠다. 

이는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배터리소재 사업을 키우되 앞으로 고객회사를 넓히겠다는 신 부회장의 중장기적 밑그림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는 LG화학이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와 다변화 전략에 따라 배터리소재 관련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지속해서 양극재 생산능력을 키워 글로벌 톱티어(Top-Tier)의 지위를 다지고 있다”며 “올해 양극재 매출은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양극재 제품군을 넓히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이는 하이니켈 계열뿐 아니라 코발트-프리(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음), 고망간 양극재와 관련한 연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코발트-프리제품 개발은 완성차업체를 비롯한 고객회사들이 에너지밀도를 높이면서 제작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코발트는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는 프리미엄 배터리인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와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배터리에 들어가는 원료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코발트 가격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글로벌 코발트 가격은 2020년 12월 말 기준 톤당 3만2천 달러에서 2021년 10월 말 기준 톤당 5만6200달러까지 올랐다.

신 부회장으로서는 양극재 제조 과정에서 원료 가격을 절감하기 위해 새로운 양극재를 개발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제조원가 절감을 강조하는 산업흐름에 맞춰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리튬인산철(LFP)배터리용 양극재에도 관심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LG화학은 25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심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2차전지용 양극재시장은 2020년 57억6700만 달러에서 2023년 75억1천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배터리업계는 전기차배터리업이 성장함에 따라 양극재시장뿐만 아니라 분리막을 비롯한 다른 배터리소재시장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의 직접적 접촉을 차단해 화재의 위험을 막는 역할을 한다. 최근 전기차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분리막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은 양극재 외에도 분리막이나 도전재와 같은 다른 배터리소재사업도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LG화학은 LG전자로부터 인수한 분리막사업을 올해 4분기에 완전하게 통합하고 본격적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신학철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분리막사업 양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소재사업의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분리막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 발굴해 글로벌 1위 배터리소재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사업을 하면서 얻은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양극재사업과 분리막기술을 키워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고객사를 넓히고 지위를 공고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