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 본경선에 오른 뒤 정치적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원 전 지사는 인지도를 넓히며 지지도를 끌어 올릴 기회를 맞은 데다 경선에서 실패해도 얻는 게 많다는 시선도 나온다.
 
원희룡 국민의힘 본경선 오른 뒤 인지도 높아져, 져도 손에 쥘 것 많아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17일 정치권과 여론조사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원 전 지사는 본경선에 오른 뒤 그전보다 높은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를 받아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16명의 응답을 받아 진행한 대선 가상 양자대결 조사를 보면 원 전 지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맞붙었을 때 27.3%의 지지도를 보였다. 이 지사는 37.6%로 집계됐다.

원 전 지사가 이 지사에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밖인 10.3%포인트 격차로 뒤처져 있지만 당내 경선 경쟁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작은 편이다.

유 전 의원과 이 지사의 맞대결에서는 유 전 의원이 20.4%, 이 지사가 35.8%로 유 전 의원이 15.4%포인트 뒤처졌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를 받아 11일 진행한 정례조사에서도 원 전 지사가 유 전 의원보다 높은 본선 경쟁력을 보였다.

원 전 지사는 이재명 지사와 맞대결에서 39.9%의 응답을 얻어 이 지사(40.1%)를 오차범위 안인 0.2%포인트 격차로 따라잡았다. 유 전 의원(34.5%)과 이 지사(39.6%)의 가상대결에서는 격차가 5.1%포인트로 역시 오차범위 안이긴 했지만 원 전 지사보다 좀 더 벌어져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원 전 지사의 선전에는 그가 ‘이재명 저격수’로 자리매김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전 지사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 ‘화천대유 특강’ 동영상이 인기를 끌며 ‘대장동 1타강사’란 별명도 붙었다.

원 전 지사가 경선 과정에서 인지도와 존재감을 높이면서 점차 당내 경선결과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도 더 커졌다.

과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자릿수 지지도에 머물다가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역전극을 펼쳐 당내 대세론 주자 이인제 후보를 꺾었던 일을 떠올릴 때 원 전 지사의 본선 진출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캐스팅보트로서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당내 양강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경쟁구도에서 원 전 지사는 승부에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이 원 전 지사를 치켜세우며 우호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원 전 지사의 캐스팅보트로서 가치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은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원 전 지사의 경험과 공직자로서 청렴한 자세가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게 한 근원인 것 같다. 원 전 지사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적었다.

원 전 지사에게 다음 대선이 ‘꽃놀이패’란 시선도 나온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여러모로 남는 게 많다는 뜻이다.

당내 다른 경선후보들은 다음 대선에서 기회를 놓치면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반문재인’ 기치를 든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상징성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렵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다음 대선이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 공언한 바 있다. 둘 다 대선 재수생이라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 다음 기회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이와 달리 원 전 지사는 차차기를 노려볼 수 있다. 나이도 57세(1964년 출생)로 차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원 전 지사가 본선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원 전 지사는 다음 정부 요직에 기용될 수 있다. 2023년에는 당대표 선출, 2024년 총선 등의 정치적 이벤트에서 체급을 높일 기회도 있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실패해도 원 전 지사의 존재감은 더 커질 수 있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때도 원 전 지사의 역할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원 전 지사는 이재명 지사와 얽힌 대장동 의혹에 지속해서 초점을 맞추며 당내 경선에서 차별화한 모습을 보인다. 다른 당내 후보들이 열띤 경쟁을 펼치며 감정이 격화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는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원 전 지사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김오수, 즉각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도둑떼 범죄소굴의 고문 변호사 출신이 현 검찰총장이라니,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이재명 공동체’가 대한민국 어디까지 숨어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즉각 사퇴해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총장이 2020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성남시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한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