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가나다순)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이들은 당내 터줏대감임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외부출신 인사들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굴러온 돌'의 준비 부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공간이 열리고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추격전 시동 걸어, 윤석열 대세론 균열은 기회

▲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10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원 전 지사와 유 전 의원, 홍 의원의 대통령선거 행보가 탄력을 받고 있다. 

원 전 지사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공약들을 발표했다.

만18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1인당 2천만 원을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청년교육카드를 제공하는 방안과 함께 기초학력 국가책임제, 인공지능 교육산업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원 전 지사는 “불공정과 격차를 해소하고 국가찬스를 통해 공정한 교육 및 직업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은 대선캠프 진용을 갖춰 나가고 있다.

유 전 의원 측은 9일 유의동‧김희국‧강대식‧김병욱‧김웅‧김예지‧신원식‧유경준 의원 등 현역 의원 8명을 포함한 1차 캠프 인선을 발표했다. 현재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캠프에 참여한 현역 의원 수가 각각 9명인데 이와 거의 대등한 원내 지지를 확보한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제 시작이다. 담대한 희망을 향해 거침없이 용감하게 나아가겠다”고 적었다.

홍 의원은 국회의원들은 하나의 헌법기관인 만큼 캠프에 줄 세우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를 지지하는 현역의원은 비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캠프를 총괄할 선거대책위원장은 당내 최다선인 5선 조경태 의원이 맡고 있다. 홍 의원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캠프를 지휘할 사람만 영입하고 그 밖의 우호적 당내 의원들은 비공개로 하겠다”며 “결국 후보 역량에 귀착된다. 돌고 돌아 내가 후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와 유 전 의원, 홍 의원 등 당내 터줏대감들은 한동안 보수야권 지지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윤 전 총장의 지지도가 워낙 높았던 탓이다. 

더구나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윤 전 총장을 대체할 ‘플랜B’로도 기존 당내 대선주자가 아닌 당 밖 출신 최 전 원장이 거론되면서 당내 터줏대감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최근 점수를 얻으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보다는 거듭된 말실수와 준비 부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보수야권 지지층에서도 조금씩 기존 인물들에게 다시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X파일’로 대표되는 본인과 가족 의혹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는 말실수가 더 큰 약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부정식품’, ‘주 120시간 노동’, ‘코로나19 민란’ 발언 등 잊을 만하면 대형 말실수가 나와 지지도에까지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 전 원장은 대통령후보로서 준비되지 못한 모습이 크게 부각됐다. 그가 4일 대선 도전을 공식화하며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수 차례 “준비된 답변이 없다”고 말하는 등 준비 부족을 시인한 바 있다.

선거법 위반 논란도 진행되고 있다.

최 전 원장이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마이크를 통해 얘기한 게 화근이 됐다. 공직선거법 제 59조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면 옥외 등에서 확성기를 사용해 발언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여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과거 대전시 선거관리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력을 지닌 선거법 전문가임에도 선거법 위반을 저지른 것은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비판하고 있다.

두 외부출신 대선주자가 잦은 실수는 거꾸로 당내 터줏대감의 장점이 부각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원 전 지사, 유 전 의원, 홍 의원 등 기존 대선주자들로서는 정치 경험과 유능함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윤 전 총장의 '초보 운전자' 이미지에 견줘 더 빛을 발하는 형국이 펼쳐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경선 과정에서 치르게 될 TV토론회를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개토론회는 베테랑과 신인의 역량을 차이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전 지사, 유 전 의원, 홍 의원 등은 많은 선거를 치르며 TV토론 경험이 풍부하다.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은 2017년 19대 대선에 출마해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대결을 펼친 적도 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토론능력만 놓고 보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홍 의원 역시 날선 공격으로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는 공격 능력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반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그런 TV토론 경험이 전무하다.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 등 독무대에서도 말실수나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상대편이 날카롭게 캐물어 오는 질문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제가 MB아바타입니까"라고 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10일 발표된 여론 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의 8월 1주차 '누가 보수야권 대선후보으로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직전 7월 4주차 조사와 비교해 4.1%포인트 떨어진 24.3%로 집계됐다. 여전히 선두이긴 하지만 내림폭은 큰 편이다.

반면 2위인 홍 의원은 1.4%포인트 오른 17.3%로 집계됐다. 유 의원은 1.1%포인트 상승한 10.2%로 나타났다.

최 전 원장은 0.5%포인트 오르며 9.1%로 조사됐다. 원 전 지사는 1.6%포인트 상승한 5.5%로 집계됐다.

원 전 지사, 유 전 의원, 홍 의원의 상승세가 돋보인 반면 윤 전 총장은 큰 폭의 하락세, 최 전 원장은 정체상황을 맞고 있다.

이 조사는 아시아경제 의뢰로 7~8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06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