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재 삼성제약 각자대표이사가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GV1001)의 국내 정식 품목허가 획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리아백스의 품목허가 획득을 실적 악화와 의약품 제조 중단처분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반전 카드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재 삼성제약 각자대표이사.

▲ 김상재 삼성제약 각자대표이사.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제약은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의 조건부 품목허가가 취소된 지 1년이 되는 8월25일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11조에 따르면 품목허가가 취소된 의약품에 관해서는 취소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야 다시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제약은 2015년 4월 리아백스의 임상3상을 진행해 5년 안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 식약처는 2020년 8월25일부로 리아백스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삼성제약은 이후 임상3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6월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국내 임상3상을 통해 확인된 리아백스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발표하며 정식 품목허가 획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상재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리아백스가 췌장암에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품목허가의 조건이었던 임상3상 시험성적서 등을 정해진 기간 안에 제출하지 못해 품목허가가 취소된 것이다”며 “최종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완성해 법과 규정 안에서 품목허가 신청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8월 말 이후 리아백스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한데 현재 이와 관련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아직 정확한 신청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제약은 최대주주인 젬백스앤카엘로부터 2015년 4월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의 국내판권을 도입했다. 

젬백스앤카엘은 올해 3월 말 기준 삼성제약 지분 10.5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리아백스는 젬백스앤카엘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전립성비대증 치료제로도 개발하는 신약 후보물질 GV1001의 췌장암 치료제 이름이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제약이 젬백스앤카엘로부터 GV1001을 알츠하이머병, 전립성비대증 치료제로 하는 국내판권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제약은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GMP)을 충족하는 GV1001 생산 전용공장도 보유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GV1001을 연간 최대 8천만 바이알(주사용 유리병)을 생산할 수 있으며 삼성제약이 보유한 다른 의약품 생산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젬백스앤카엘이 GV1001의 적응증을 확대해 품목허가를 받거나 해외에 수출한다면 삼성제약이 생산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제약은 매년 실적이 거듭 악화되고 있는 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제조 및 판매중지 처분을 받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삼성제약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이어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 기간 영업손실 규모는 680억 원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24억 원을 냈다.

또 8일에는 식약처로부터 약사법 위반을 이유로 삼성제약이 자체생산하는 의약품 5종과 위탁생산하는 의약품 1종 등 의약품 6종의 잠정 제조 및 판매중지, 회수조치 처분을 받았다.

삼성제약이 의약품을 당초 품목허가의 내용과 다르게 첨가제를 임의로 사용했고 제조기록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식약처의 ‘의약품 GMP특별 기획점검단’의 특별점검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삼성제약은 식약처로부터 판매중지 처분 등을 받은 의약품 5종으로만 2020년에 매출 79억 원을 올렸는데 이는 2020년 전체 매출의 16.5% 수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들 의약품의 판매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삼성제약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의약품의 잠정 제조 및 판매중지 처분기간과 관련해서는 아직 식약처로부터 전달받은 것은 없다”며 “추후 명령이 내려오면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삼성제약은 자산을 매각하고 국내 제약사와 대규모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제약은 올해 2월 에이치엘비제약에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향남 공장을 420억 원에 매각했다.

삼성제약은 제네릭(복제약) 제조, 생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및 생산 등의 고부가가치사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향남 공장을 매각한다고 했다.

올해 6월에는 오스틴제약과 7월1일부터 2024년 12월 말까지 3년6개월 동안 의약품 11종을 355억 원어치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해 연간 100억 원가량의 매출원도 확보했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삼성제약이 의약품 생산공장을 매각한 만큼 오스틴제약과 맺은 의약품공급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을 위탁생산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삼성제약이 실제로 얻는 수익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바라본다.

삼성제약 관계자는 “오스틴제약에 공급하는 의약품은 모두 에이치엘비제약을 통해 위탁생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