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에 올라타 ‘미운 오리새끼’ 낸드사업이 백조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에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돼 낸드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낸드 공급은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 낸드 '백조'로 탈바꿈 가까워져. 낸드 가격 상승세 이어져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낸드사업에서 영업손실 1500억~2천억 원 규모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18년 4분기부터 11분기 연속 적자를 본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낸드사업은 3분기부터 영업이익을 거두며 분기별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는 대량생산되는 품목으로 가격 동향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크게 달라진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낸드 가격은 2분기보다 평균적으로 5~10% 비싸질 것으로 전망됐다. 낸드 가격은 2분기에도 5~10% 올랐는데 비슷한 수준의 가격 상승률이 이어지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이런 가격 상승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기인한다고 봤다. 세계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텔이 신제품을 출시함에 따라 데이터센터기업들이 서버 등을 증설하기 위해 낸드 재고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인텔은 올해 4월 10나노급 서버용 CPU 아이스레이크를 선보였다. 여기에 더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차세대 CPU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낸드플래시 제품 가운데 특히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가격이 힘을 받을 공산이 크다. SSD는 낸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저장매체로 낸드칩만을 단품으로 판매하는 것과 비교해 부가가치가 높다.

트렌드포스는 기업용 SSD 가격 상승률이 올해 2분기 5%에서 3분기 15%로 대폭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SSD를 비롯한 낸드제품의 가격 강세가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낸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공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낸드 업황은 공급과잉의 상태를 벗어나 공급부족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반도체 공급이 부족할수록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공급사에게 호재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2021년 낸드플래시 수요가 비트 기준 30% 중반대로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수요를 밑돌 것이다”며 “2022년에도 낸드 수급은 빠듯하게 유지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90억 달러를 들여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 7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해 인텔 SSD사업과 중국 다롄의 낸드공장 자산을 이전받을 것으로 예정됐다.

인텔은 지난해 기업용 SSD시장에서 점유율 19.6%를 보여 SK하이닉스(10.7%)보다 많은 수요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기업용 SSD시장 1위 삼성전자(42.6%)를 추격하는 한편 낸드사업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민 연구원은 “이제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요 공급사들이 (낸드)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도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하면 규모의 경제효과와 원가 절감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에서 모두 세계적 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D램시장에서 점유율 29.5%로 2위를 차지했고 낸드시장에서는 점유율 11.6%를 보여 4위에 올랐다.

다만 실적을 보면 D램사업이 낸드사업의 손실분을 메워주는 형태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앞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낸드사업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9년 2조5600억 원, 2020년 1조7400억 원 등으로 빠르게 감소했다. 올해는 적자규모가 2580억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 낸드사업은 또 내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5900억 원을 거두며 수익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낸드사업부는 가파른 손실 축소를 시현하고 있다”며 “올해 3분기부터 흑자 전환하며 이익 기여를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