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하반기 유럽에서 전동화 전략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럽 전기차시장에 안착하면 현대차로서는 유럽에서 인지도 확보뿐 아니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전기차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유럽 ‘톱3’ 진입까지 노려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 유럽 3위 바라본다, 정의선 전기차 우위 앞세워 발판 놓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19일 현대차 안팎에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2020년에 이어 올해에도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 승용차시장에서 점유율 기록을 새로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유럽에서 49만4158대 팔아 점유율 7.6%를 차지했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은 40.1% 증가했고 점유율은 0.7%포인트 확대됐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유럽에 진출한 지 43여년 만에 연간 시장 점유율 7% 벽을 처음 넘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좋은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이 올해 유럽에서 경쟁사들보다 한발 빠르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를 활용한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는 만큼 하반기에 좋은 판매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은 높다.

현대차는 5월 유럽에서 아이오닉5의 판매를 시작해 6월부터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고 하반기 기아의 EV6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이오닉5는 5월 서유럽 소매판매를 기준으로 414대 팔렸는데 6월에는 994대 판매돼 1개월 만에 2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새 전기차를 중심으로 발판을 잘 놓으면 경쟁사들보다 앞서나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 현대차그룹의 유럽 전동화전략을 서두를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현재 유럽에서 현대차그룹과 4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BMW그룹은 올해 연말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처음 적용한 iX를 출시하고 3위인 르노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신차 출시계획만 내놓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가 합병한 스텔란티스는 현재 유럽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대규모 투자계획만 발표했을 뿐 아직까지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는 출시하지 않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아직까지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유럽에서 기반 마련은 중요하다.

유럽은 중국, 미국과 함께 3대 완성차시장일 뿐 아니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친환경정책을 강화하면서 전기차시장 규모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곳이다. 

정 회장은 올해 전기차의 본격적 판매를 앞두고 유럽 주요국가 법인장들의 임원인사를 하는 등 전열을 정비했다.

현대차그룹은 6월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권역 본부 고위임원들을 교체하거나 새로 선임하면서 한 차례 조직을 재정비했다.

특히 현대차는 신왕철 전 프랑스 법인장을 독일 법인장으로 임명하고 리오넬 프렌츠 키오 프랑스 법인운영총괄을 프랑스 법인장에 승진선임하면서 영업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시켰다.

기아도 스테펜 코스트 독일 판매법인 최고운영책임자를 새 유럽권역본부 최고운영책임자에 선임하고 기존 최고운영책임자인 에밀리오 에레라는 기아 이베리아 사장 겸 최고경영자로 이동하는 내용의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유럽에서 4위 자리를 놓고 BMW그룹과 순위경쟁을 했다면 올해 성과에 따라 앞으로는 3위인 르노그룹과 판매량 경쟁을 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3위인 르노그룹과 판매량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유럽에서 자동차를 99만5172대를 판매해 완성차 회사 가운데 7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2018년에는 103만7596대를 팔아 르노그룹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르노그룹과 격차가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3.8%포인트(60만3560대)였지만 2020년 말에는 3.3%포인트(38만6364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1.1%포인트(6만7552대)까지 좁혀졌다.

특히 유럽에서 전기차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유리할 수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배터리형 전기차(BEV)는 2021년 1분기 유럽에서 20만2410대가 판매돼 1년 전보다 5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유럽 자동차시장 규모가 0.9% 늘어난 것과 비교해보면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는 2035년부터 신차 100%를 탄소배출이 없는 자동차로 출시해야하는 만큼 전기차시장 전망도 밝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에 유럽 승용차시장 규모가 2020년 상반기보다 27% 늘어났지만 코로나19로 기저효과일 뿐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77% 수준에 그쳐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전기차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현대차와 기아도 전기차 판매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