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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를 앞두고 3천억 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흥행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이 부회장이 3천억 원을 유상증자에 모두 투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색해진다.
이 부회장은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으나 이 부회장의 신주 취득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흥행 가능성 높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5일 전일보다 2.22% 내린 1만1천 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구주주청약을 앞둔 마지막 거래일에 주가가 신주발행가액보다 36%가량 높은 수준을 지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일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주당 8110원으로 확정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총 1조2651억 원에 이른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신주발행가액보다 높게 유지되면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주식을 사는 것보다 신주를 배정받는 것이 그만큼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삼성엔지니어링 신주인수권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 점도 유상증자 성공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1월22일에서 28일까지 5거래일 동안 전체 신주인수권의 22.4%인 2800만 주가 시장에서 거래됐다.
신주인수권 거래에서 개인은 230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그만큼을 사들였다. 증자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개인주주가 증자에 참여하려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 신주인수 권한을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유상증자 참여율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그룹 입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한다 해도 웃을 수만도 없게 됐다.
구주주들의 신주 청약물량이 많으면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신주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명분도 희석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1월 말 삼성SDS 지분 2.05%를 처분해 3820억 원을 마련했다. 이 부회장이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신주를 배정받는다면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8.87%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하지만 이는 최소 3천억 원 규모인 약 3700만 주의 실권주가 나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사주조합 배정물량을 제외한 발행신주의 29.6%에 이르는 규모다.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존주주인 삼성SDI와 삼성물산이 우리사주조합 배정물량을 제외한 발행신주의 22.6%에 해당하는 2822만 주를 구주주청약에서 소화하기로 했다. 신주인수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청약도 거의 확실하다.
신주의 절반가량은 갈 곳이 정해진 상황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실권주 자체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이재용, 3천억 실탄 다 못쓰게 되나
3700만 주 이상의 실권주가 나온다 해도 이 부회장이 원하는 만큼 신주를 배정받을지도 미지수다.
우선 일반공모 주식의 10%는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에 별도 배정된다. 나머지는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에 따라 골고루 배분된다. 만약 이 부회장보다 더 많은 금액을 청약한 투자자가 있다면 이 부회장보다 더 많은 신주를 배정받는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일반공모 역시 높은 청약 열기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 처음에는 유상증자 실패를 걱정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과도한 흥행이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 부회장이 유상증자에 3천억 원을 참여하지 못한다 해도 할 말은 있다. 이 부회장은 ‘최대’ 3천억 원까지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 반드시 3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못 박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흥행에 불을 붙인 것도 사실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등 앞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른 관측도 나왔다.
이 부회장이 승계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SDS 지분까지 매각해 3천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만약 실권주가 적게 발생하거나 일반공모에 많은 투자자가 몰려들어 이 부회장의 신주 취득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 부회장이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크다.
특히 시장은 유상증자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매도를 이용해 신주인수권을 사들인 투기세력이 신주배정 후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주가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투자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3자배정이 아닌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라는 방식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부터 시장의 의구심을 낳은 상황”이라며 “유상증자 이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떨어지면 유상증자의 얼굴로 나선 이 부회장이 일반 투자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