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성장성 높은 전기차 배터리소재분야와 관련해 전해질업체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주요 화학업체 가운데 전기차배터리소재에서 뒤쳐졌다고 평가받는데 김교현 대표이사 사장으로선 진입장벽을 고려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 전해질 진출하나, 김교현 배터리소재 인수합병 가능성 커져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9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4대 핵심 배터리소재 가운데 전해질 진출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신사업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다양한 소재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실현성 높은 투자방향으로는 배터리소재 가운데 전해질사업이 꼽히는데 진출 방식은 인수합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소재사업은 단기간에 핵심기술, 특허뿐 아니라 양산을 위한 노하우를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진입장벽이 높아 자체적으로 역량을 확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소재사업은 진입장벽뿐 아니라 고객사와 지속적 협력관계를 유지해 꾸준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이 꼽힌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가장 비중이 높은 양극재와 음극재사업체 인수에 도전했다가 물러선 경험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10월 배터리소재 가운데 양극재와 음극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히타치케미칼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일본 쇼와덴코가 히타치케미칼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해질뿐 아니라 쇼와덴코의 알루미늄사업부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쇼와덴코의 알루미늄사업부는 배터리용 알루미늄 양극재소재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

김교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존 사업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사업기회 모색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며 기존 석유화학사업 이외의 새 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세계적 환경규제 강화로 전기차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사장은 이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롯데그룹 핵심 화학계열사 대표이사로서 화학BU(비즈니스유닛)장도 함께 맡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도와 인수합병을 활발하게 추진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처시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시장 규모는 지난해 480만 대에서 매년 20% 이상 성장해 2030년 4천만 대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롯데케미칼이 올해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왔는데 롯데케미칼은 다른 대형 화학기업들과 비교해 전기차 관련 시장 진출이 늦었다고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이미 세계 배터리시장 1위를 노리고 있고 직접 양극재를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분리막 진출도 추진하며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비교해 규모가 훨씬 작은 대한유화 등과 비교해도 전기차배터리소재 진출이 더딘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케미칼은 인수합병을 위한 충분한 투자여력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1조5천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도 6537억 원을 내며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3569억 원을 1개 분기 만에 넘겼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석유화학업황 호조가 이어져 롯데케미칼이 올해 내내 분기별 평균 65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소재 등 친환경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동력 확보를 가시화한다면 투자 매력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