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역대 최장수 총재로서 한국은행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남기고 떠날 수 있을까.

이 총재는 임기 안에 한국은행 숙원사업인 통합별관 신축을 마무리한다. 새로운 인프라에 맞춰 인사와 조직 등 경영문화 전반의 혁신도 추진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퇴임 전에 통합별관 신축, 경영인사 혁신 초석도 원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공별관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 용역 입찰제안이 4일까지 진행된다. 이전부터 계획해 온 소공별관 매각이 비로소 본격화하는 것이다.

소공별관 매각은 한국은행이 진행하는 통합별관 건축사업의 최종 절차다. 애초 통합별관 건축사업은 2020년 상반기 완료 예정이었으나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 다소 시기가 늦춰졌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총재에 오른 이듬해인 2015년 별관 재건축에 착수했다. 노후한 1별관을 철거한 뒤 새로 통합별관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2별관은 리모델링, 소공별관은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에서 드문 내부출신 총재로서 통합별관 건축사업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2019년 12월 열린 기공식에서 “중앙은행 건물은 한 나라의 국격을 나타낸다”며 “통합별관 건축사업은 중앙은행 직원들의 일터를 만드는 역사적 작업이다”고 말했다.

5년 이상 걸린 통합별관 건축사업은 원래대로라면 이 총재 임기 안에 끝나지 않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이 총재가 연임에 성공해 최장수 한국은행 총재가 되면서 임기 안에 성과를 보게 됐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이 총재는 통합별관 완공까지 볼 수 있다. 통합별관 완공일자는 2022년 3월28일로 예정됐는데 이 총재 임기가 끝나기 사흘 전이다. 임기 초반 직접 계획을 수립한 숙원사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은행의 새로운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갖추기 위한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이 총재는 2020년 한국은행 창립 70주년을 맞아 개인 전문성, 조직 시너지, 유연성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발전전략 2030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단계적으로 경영인사를 혁신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근무복장을 자율화하고 보고서를 파일형태로 보고하도록 하는 등 경영인사 혁신을 위한 상징적 조치가 이뤄졌다. 3월에는 조직혁신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전문 컨설팅회사에 조직문화 진단을 의뢰했다.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조직체계, 직제와 직책, 인사, 보상 등 경영인사 전반을 혁신하는 중장기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수립한다. 인사와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이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는 없지만 이 총재가 퇴임하기 전에 큰 틀의 방향성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은행은 조직문화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주로 받아왔다. 한국은행 조직문화 컨설팅결과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에 38점 수준으로 주요국가 중앙은행 등 글로벌 공공조직 823곳 가운데 하위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총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조직문화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힘든 과정이지만 장기간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는 로드맵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직원들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