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가 카드업계 경영환경 악화와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내실경영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카드는 1분기에 실적이 대폭 좋아졋으나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등을 앞두고 있어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30일 삼성카드에 따르면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내실경영을 강화하고 데이터사업을 중심으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해 타격을 줄이려 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내실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디지털 역량과 데이터 분석역량을 키워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안정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환 대표가 삼성카드 내실경영에 더 힘을 싣는 것은 카드업계 경영환경이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삼성카드는 장기카드대출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등 주요 수익원으로 꼽히는 영역에서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된다. 대부업법 및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3월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카드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카드는 2월 말 기준으로 장기카드대출 이용고객 가운데 20% 이상 고금리를 적용받는 이용고객의 비중이 22.55%에 이른다. 카드업계 압도적 1위인 만큼 타격도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를 제외한 다른 신용카드사들은 고금리 이용고객의 비중이 10%를 넘는 곳도 한 곳에 불과하고 대부분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다.
5월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논의를 위한 첫 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코로나19로 중소상공인의 생존이 어려워졌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어 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신용카드사들은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논의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익여력이 충분하니 수수료율이 인하돼도 부담이 적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삼성카드는 1분기 영업수익의 대부분을 신용카드사업부문에서 올렸다. 전체 영업수익 9181억 원 가운데 신용카드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7.5%에 이른다. 그만큼 가맹점 수수료 수입 의존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보복소비 심리 등으로 카드 이용금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순이익 증가를 거뒀으나 앞으로는 이런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김 대표가 1분기 좋은 실적에도 미래를 대비해 비용감축에 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삼성카드는 1분기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이 138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분기보다 23.4% 늘어났다. 고비용 저효율 마케팅을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순이익 증가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김 대표의 비용절감 노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런 노력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김 대표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도 대응해야 한다. 최근 빅테크기업 네이버파이낸셜은 후불결제서비스의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카카오페이도 후불결제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결제서비스는 네이버페이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할 때 결제금액 부족분을 월 30만 원 한도로 후불결제 방식으로 상환할 수 있게 한다. 사실상 신용카드와 같은 역할을 해 빅테크기업들이 신용카드사들의 사업영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연체율 상승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등 코로나19에 대응해 정부의 금융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9월 종료가 예정돼 있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김 대표는 삼성카드의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신사업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 대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하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하는 등 데이터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삼성카드는 최근 이마트24와 데이터 교류와 분석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맺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동마케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현대오일뱅크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플레이, 축산물유통 플랫폼 미트박스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데이터사업 협력대상을 늘리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특정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업과 협력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세영 기자]